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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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주요 기업이 미래 먹거리를 마련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에 나서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파도를 넘기 위해서는 변화하는 트렌드를 발빠르게 따라잡고, ‘가보지 않은 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들이 ‘꽂힌’ 키워드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5G(5세대) 이동통신, 자율주행차, 로봇 등으로 요약된다. 관련 기술을 선점하기 위한 연구개발(R&D) 및 인재 확보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한편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투자를 통해 관련 기술을 선점하려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AI산업 주도권 잡아라

AI 분야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핵심 미래 먹거리로 꼽는 분야다. 가전과 스마트폰을 제조하는 전자회사로서 자사 제품에 AI를 적용하면 소비자 편의성을 무한하게 확장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두 회사의 전략적 방향성은 조금 다르다. 삼성전자는 음성 AI 서비스인 ‘빅스비(Bixby)’를 중심으로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해 관련 데이터를 축적한다는 계획이다. 매년 휴대폰, TV, 세탁기, 냉장고 등 완제품을 전 세계에 5억 대가량 판매하고 있는 만큼 이들 제품을 중심으로 충분히 AI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반면 LG전자는 자사 AI 플랫폼 ‘딥씽큐(Deep ThinQ)’를 중심으로 구글, 아마존 등과 자유롭게 협업하는 오픈 플랫폼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가보지 않은 길' 가는 기업들… AI·자율주행車 등 新산업 '공격 투자'
두 회사는 AI 관련 원천기술 및 인재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삼성리서치를 출범시키고, 산하에 AI 센터를 신설했다. 서울과 미국 실리콘밸리 뉴욕, 캐나다 토론토, 영국 케임브리지, 러시아 모스크바 등에 6곳의 AI 연구기지를 구축했다. 2020년까지 AI 선행 연구개발 인력을 국내 약 600명, 해외 약 400명 등 총 1000명 이상으로 확대하기로 하고 인력 확보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LG전자도 지난달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캐나다 토론토에 AI연구소를 설립했다. 지난해 6월에는 최고기술책임자(CTO) 산하 소프트웨어센터에 AI연구소를 신설했고, 올해 초에는 실리콘밸리 랩 산하에 AI 연구조직인 ‘어드밴스트 AI’를 설립해 딥러닝과 미래 자동차 기술 연구에 나섰다.

자율주행차 시장 선점

자율주행차 및 커넥티드카(무선인터넷으로 외부와 연결된 자동차)의 등장으로 자동차업계에는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기존의 산업 간 장벽이 무너지고 미래 자동차 시장의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한 통신업계, 전자업계, 자동차업계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020년 고도화된 자율주행, 2021년 스마트시티 내 4단계 수준의 자율주행 상용화, 2030년 완전 자율주행 상용화를 목표로 기술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이미 국내외에서 자율주행차 운행 면허를 획득해 실제 도로 환경에서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인텔, 모빌아이, 오로라 등과도 협업하고 있다. 커넥티드카 분야에서는 미국 네트워크 장비 기업 시스코, 사운드하운드, 중국 바이두, 한국 카카오 등 다양한 분야 기업들과 합종연횡하고 있다.

SK그룹은 통신산업을 중심으로 미래 자동차 시장에 뛰어든다는 계획이다. 자율주행차와 커넥티드카가 운행될 수 있는 ‘장’을 조성하겠다는 의미다. 5세대 이동통신 네트워크 인프라를 선도적으로 구축하고 IoT를 활용한 새로운 정보통신기술(ICT) 비즈니스 생태계 활성화에 집중한다. SK텔레콤은 자율주행 기술 분야의 글로벌 협력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엔비디아와 함께 자율주행 기술의 기반이 될 고화질(HD) T맵을 개발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올해 1월에는 글로벌 초정밀 지도 기업 히어와 기술협약을 맺고 자율주행스마트시티 공동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SK(주)는 지난해 미국의 개인 간(P2P) 카셰어링 1위 업체 TURO에 투자하며 글로벌 카셰어링 사업에 나섰다. 지난 1월 말레이시아에서 쏘카와 합작해 쏘카 말레이시아 출범식을 열고 현지 최대 규모로 카셰어링 서비스를 시작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전장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2016년 미국 전장기업 하만을 인수한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3억달러 규모로 ‘오토모티브 혁신 펀드’를 조성했다. 첫 번째 전략적 투자로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 분야 강자인 TT테크에 7500만유로를 투자했다. LG전자는 지난 4월 전장 사업 강화를 위해 오스트리아 자동차용 조명 업체 ZKW를 1조원에 인수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