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효율 ESS 제품 앞세워 중국産 저가공세 차단
LG화학,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제조사들이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ESS는 심야전기나 태양광 발전을 통해 전력을 저장한 뒤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설비다.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여름철 전력 수요 관리, 심야전기를 활용한 전기료 절감 등 다방면에 이점을 갖고 있어 산업계는 물론 가정용으로도 판매가 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SNE리서치는 세계 ESS용 배터리 출하량이 올해 10기가와트시(GWh)를 돌파한 뒤 2021년에는 24.6GWh로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 기업들은 고효율 배터리로 중국 기업들의 저가 공세를 막고 글로벌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워 나간다는 목표를 세웠다.

◆신기술로 고효율 제품 만든 LG화학

LG화학은 ESS용 배터리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이 “ESS와 전기자동차용 배터리가 회사 매출의 절반을 차지할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회사 주요 사업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이에 따라 LG화학은 국내를 비롯해 중국 등지에서 배터리 사업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최근에는 20억달러(약 2조3000억원)를 투자해 중국 난징에 대규모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했다.

업계에선 LG화학이 배터리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는 이유로 높은 기술력을 꼽고 있다. LG화학은 최근 배터리 셀과 분리막을 접지 않고 그대로 쌓아올리는 ‘래미네이션 앤드 스태킹’ 방식을 사용해 제한된 공간에서도 최대 효율을 내고 있다. 이는 배터리 원재료인 양극재와 음극재 분리막이 합쳐진 개별 셀 수십 개를 쌓아올린 뒤 마지막에 분리막과 음극으로만 구성된 하프셀을 붙여 배터리를 제조하는 방식이다. 기존 업계에서 사용하던 와인딩(말기) 방식은 하나의 셀을 둥글게 말아 배터리 형태를 만든다. 배터리 틀 안에 남는 공간이 발생해 에너지 밀도가 낮고 오랜 시간 사용하면 배터리가 부풀어오를 위험이 있다. 2016년 49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LG화학 전지사업본부는 지난해 289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반전에 성공했다.

◆미국에서 품질 인정받은 삼성SDI

삼성SDI는 미국에서 대규모 ESS 프로젝트에 들어가는 배터리 물량을 잇따라 수주하고 있다. 지난 3월 미국 AES그룹 자회사인 AES DE는 하와이주 전력회사 KIUC와 함께 카우아이섬에 태양광 연계 ESS 설치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이 프로젝트는 28㎿ 규모의 태양광 발전과 연계해 100㎿h의 ESS를 설치하는 것이 골자다. 2045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 100%를 목표로 하는 하와이주의 클린에너지 정책을 성공시키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00㎿h는 카우아이섬 전체 약 1만7000가구가 10시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삼성SDI는 ESS 배터리용 모듈 약 1만3000개를 공급할 예정이다. 이 배터리는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신재생에너지의 불안정한 전력 공급 상황에서도 ESS 효율을 극대화한 제품이다. 삼성SDI는 지난해 10월에도 하와이 지역에서 유나이코스와 테라폼파워가 추진하는 풍력 발전 연계 ESS 프로젝트에 10㎿ 규모의 ESS 리튬이온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안전 기준이 엄격한 미국 ESS 시장에서 지난해 캘리포니아 지역에 이어 하와이에서도 수주에 성공함으로써 삼성SDI의 배터리 우수성을 다시 한번 인정받았다. 페브리스 허드리 삼성SDI 미국법인 상무는 “이번 ESS는 삼성SDI의 혁신적인 기술로 에너지, 출력 그리고 라이프사이클 간에 최적의 균형을 이룬 배터리 모듈로 구성된다”며 “업계를 선도하는 기술과 제품을 고객과 시장에 제공함으로써 급증하는 시장 수요에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SDI는 지난 2분기에 매출 2조2480억원, 영업이익 152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매출은 53.1% 늘고 영업이익은 28배 증가한 어닝 서프라이즈였다.

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