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미 라인메쎄 사장(오른쪽)이 직원과 독일 전시회 마케팅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김낙훈 기자
박정미 라인메쎄 사장(오른쪽)이 직원과 독일 전시회 마케팅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김낙훈 기자
라인메쎄와 형제상사는 직원이 각각 10명도 안 되는 소기업이다. 하지만 20~30년 동안 자기만의 전문영역을 개척하며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송곳전략’이다. 라인메쎄는 독일 전시회 관련 사업으로, 형제상사는 왕골과 대나무 제품 유통이라는 특화된 분야에서 노하우를 쌓고 있다. 특정 분야에서 프로로 성장한 이들 기업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미래 먹거리가 고민이세요? 그러면 독일 전시회에서 아이디어를 얻으세요. 독일 전시회엔 무척 다양한 제품이 출품됩니다. 무궁무진한 사업 아이템을 발굴할 수 있을 겁니다.”

"獨전시회서 미래 먹거리 아이디어 얻으세요"
올해로 30년째 독일 전시회 관련 업무를 하고 있는 박정미 라인메쎄 사장의 말이다. 그는 독일 중에서도 뒤셀도르프와 쾰른 전시회의 출품·참관·마케팅을 돕고 있다. 이들 도시는 ‘라인강 기적’의 중심이기도 하다.

그가 다루는 주요 전시회는 뒤셀도르프의 와이어 및 케이블 전시회(wire), 포장전시회(interpack), 인쇄 및 제지기계전시회(Drupa), 플라스틱 및 고무 전시회(K), 의료기기 전시회(MEDICA), 산업안전 전시회(A+A) 등이다. 쾰른의 치과기자재전시회(IDS), 식품전시회(anuga), 사진기자재전시회(Photokina), 가구전시회(imm), 유아·아동용품전시회(Kind+Jugend) 등도 담당한다.

이 일을 하게 된 데는 1988년 한독상공회의소에 입사한 게 계기가 됐다. 어릴 적 독일에서 살았고 국내 대학에서 독어독문학을 전공한 뒤 한독상의에 들어가 전시회 일을 보기 시작했다. 2005년 서울 한남동에 라인메쎄라는 별도 회사를 차렸다. 주요 업무는 국내 기업의 독일 전시회 관람·출품·마케팅을 지원하는 일이다. 하지만 단지 이 일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주요 산업 흐름에 대해 상당한 수준의 식견을 갖고 있다. 해당 산업을 깊이 있게 파고들기 때문이다. 틈나는 대로 국내 전시회를 찾아 동향을 파악하고 국내 기업을 방문한다. 국내 기업인들과 두터운 인맥도 형성하고 있다. 이런 노력 덕분에 고객에게 해당 산업의 새로운 트렌드가 무엇인지 설명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

"獨전시회서 미래 먹거리 아이디어 얻으세요"
라인메쎄가 독일 전시회 출품을 돕는 국내 기업은 연평균 700~800개에 이른다. 독일 주최자가 주관하는 해외 전시회 참가도 지원한다. 예컨대 ‘메디카’의 싱가포르 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 전시회 등이다. 전시회 안내에서 부스 설치에 이르기까지 토털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는 “중국의 맹렬한 추격과 추월로 국내 중견·중소기업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며 “미래 먹거리 발굴 차원에서 독일 전시회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가 추천하는 대표적인 전시회는 레하케어, 보트, 카라반 등이다. 박 사장은 “국내 기업인들은 의료기기 하면 대부분 메디카만 떠올리지만 요즘은 ‘레하케어(reha care)’가 뜨고 있다”고 말했다.

레하는 ‘rehabilitation’에서 따온 말로 ‘재활’이라는 의미다. ‘장애인과 노인을 위한 재활용품전시회’다. 박 사장은 “평균수명이 늘면서 재활의료 수요가 늘고 있어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유망한 분야”라고 말했다. 올해는 9월 하순에 열린다.

보트 및 카라반 전시회를 추천하는 이유는 소득수준이 올라가면 레저를 즐기게 돼 있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의 경우 근로시간 단축으로 레저 수요가 늘 것으로 기대되는 데다 유럽 미국 시장 등을 겨냥한 레저용품 산업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 보트 전시회인 ‘보트 뒤셀도르프 2019’는 내년 1월 뒤셀도르프에서 열린다. 주요 전시 품목은 보트, 요트, 제트스키, 서핑, 카누, 스쿠버다이빙, 낚시 등이다. 지난 1월 전시회엔 94개국에서 24만7000여 명의 방문객이 전시장을 찾았다.

카라반 전시회도 전형적인 레저산업이다. 박 사장은 “국내는 국토가 좁아 카라반 이용자가 그리 많지 않지만 미국 유럽 호주 등에선 카라반을 통한 레저가 일상화돼 있다”고 말했다. 뒤셀도르프에서 오는 8월25일부터 9월2일까지 열리는 ‘카라반살롱(CARAVAN SALON)’은 세계 최대 카라반 전시회다. 이번 전시회엔 600여 개 기업이 2200여 종의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해마다 이 전시회 방문객은 20여만 명에 이른다. 그는 “독일 전시회를 참관하면 산업의 트렌드를 한눈에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미래 먹거리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며 “국내 전시산업의 글로벌화를 위해서도 독일 전시회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낙훈 중소기업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