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엠, 생산, 판매·연구개발 법인 분리
-사측 "美·中 무역갈등에 따른 유연성 확보"


한국지엠이 신설법인 설립을 공식화하면서 노조가 강력 반대에 나섰다.

한국지엠 노조는 24일 인천 부평본사 노조 대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사측은 지난 20일 5,000만 달러(약 566억 원)의 신규 투자, 수출물량 확대, 차세대 컴팩트 SUV 개발, 신규 엔지니어 100명 채용, 아시아태평양지역본부 한국 내 설립 등의 계획을 발표했다. 또 신설법인 설립 계획을 밝혔다. 현재의 단일법인을 장기적으로 생산과 연구개발 및 판매를 분리, 각 사업별 시장 대응능력을 키우겠다는 것. 공장은 생산성을, 연구는 개발능력을 높여 각 부문별 경쟁력을 최대한 끌어올린다는 차원이다.

노조는 이 중 회사 분할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GM이 향후 필요한 사업만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며, 군산공장 폐쇄에 이은 또 다른 구조조정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지엠, 회사 분할 놓고 노사 해석 제각각,,왜?

한국지엠의 회사 분할은 GM이 처한 아시아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GM의 아시아 사업장은 한국과 중국으로 양분돼 있다. 미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을 놓고 볼 때 어느 쪽 생산시설을 활용하는 게 GM에 유리할 지 따져봤다는 의미다. 그 결과 현재로선 한국 내 생산시설 활용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미중 간 무역갈등으로 자칫 중국 내 GM 합작사인 상하이GM 생산이 타격받을 수 있어서다. 최악의 경우 지분을 상하이차에 넘기되 제품만 공급하는 시나리오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수출에 있어서도 '중국 생산-수출'보다 관세 면제 협정이 많은 '한국 생산-수출'이 보다 유리한 측면이 있다. 비록 중국 내 생산비용이 한국보다 저렴해도 이를 관세와 연동하면 한국 생산이 아직은 이익면에서 낫다고 결론 내린 셈이다. 부평공장 확장에 5,000만 달러를 추가 투자하는 것도 생산의 안정성을 확보할 필요성이 높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회사 관계자는 "신설법인은 연구개발을 도맡게 된다"며 "지금도 연구개발은 글로벌 제품을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는 만큼 노조의 우려는 지나친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그러나 이 같은 GM의 행보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국GM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는 입장이다. 입맛에 따라 GM 본사가 생산 및 연구개발의 국내 유지 가능성을 선택할 수 있어서다. 예를 들어 미중 갈등이 최고조에 달해 GM의 중국사업이 장기적으로 타격받으면 한국지엠의 역할은 커지지만 반대의 경우 한국은 연구개발부문에 집중하게 된다. 중국이 외국기업 투자 지분을 경영권 확보가 가능한 51%까지 허용하면 중국 내에서 적극적인 연구개발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한국은 생산만 유지될 가능성도 남는다.

결국 GM으로선 한국지엠 분할을 통해 장기적인 위험 가능성을 낮추는 전략이지만 노조 입장에선 생산과 연구개발(판매 포함) 가운데 어느 한 부문 또는 둘 모두 필요성이 낮아져 궁극적으로 국내 사업의 축소 위험성이 생기는 셈이다.

한국지엠, 회사 분할 놓고 노사 해석 제각각,,왜?

한국지엠 법인 분할 움직임을 두고 전문가들은 글로벌 '흐름'이라는 해석이 많다.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에서 자동차사업은 '연구개발-생산-판매'를 나누는 게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누군가 이동수단을 만들어주면 모빌리티 기업이 제품을 구매, 서비스에 활용하는 방식으로 사업형태가 바뀐다.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반발이 생길 수 있지만 변화는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노조는 이에 따라 국내 생산부문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 추가 차종 투입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 6월 본격 판매를 시작한 이쿼녹스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거두면서 '수입차 무용론'까지 들고 나선 것.

노조 관계자는 "이쿼녹스의 판매부진을 사측이 예상하지 못했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며 "급하게 트래버스와 콜로라도 등의 수입 판매를 논의하고 있지만가격경쟁력 등을 고려했을 때 똑같은 현상이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콜로라도를 국내에서 생산할 경우 가격경쟁력을 갖출 수 있어 수입이 아닌 국내 생산 및 판매를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다"며 "국내에서 만드는 차종이 많아져야 장기적으로 국내 생산의 지속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