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맞아 일시적 반등" vs "평년 살짝 못 미치는 수준까지 오를 것"

바닥을 모르고 내려가던 닭고기 가격이 최근 상승세를 보이면서 올 하반기 예년 수준으로 올라올 수 있으리라는 조심스러운 전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최근 무더위에 따른 일시적 현상일 수 있는 만큼, 무엇보다 다양한 조리법을 개발해 소비를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고맙다 더위야' 닭고기 가격 바닥 쳤나?
◇ 무더위에 닭고기 소폭 반등…평년 회복은 '아직'

24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닭고기(도계·중품·1㎏ 기준) 소매 가격은 이달 20일 4천828원을 기록했다.

이는 16일 4천798원보다는 30원, 1개월 전 4천720원보다는 108원이 각각 오른 가격이다.

업계와 농가에서는 최근 닭고기 가격이 바닥을 맴돌면서 '20년 내 최악'이라는 말이 나오곤 했다.

그나마 올랐다는 이 가격 역시 1년 전 5천179원과 비교하면 351원이나 낮고, 평년 가격 5천595원과 비교하면 그 차이는 더욱 벌어진다.

그만큼 요즘 들어 닭고기 가격 하락세가 컸다는 뜻으로, 안정권에 접어들려면 올라갈 길이 멀다는 이야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육계와 산란계 사육 마릿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늘어났다"며 "닭고기 가격이 최근 다소 상승세를 보이지만, 여전히 평년보다는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업계는 이 같은 가격 상승의 배경으로 우선 이달 17일 초복을 맞아 소비가 늘어났다는 점과 이달 들어 숨 막히는 찜통더위가 이어진다는 점을 든다.

실제로 이달 17일 기준으로 무더위 탓에 전북·전남·경북 등지에서 닭 75만3천여 마리가 폐사했다.

이후로도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전국 각지에서 닭 폐사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추세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닭과 오리 등 가금류는 체온이 41도로 높고 깃털로 덮인 데다가, 땀샘이 발달하지 않아 체온조절이 어렵다"며 "이번 폭염으로 현재까지 우리나라 전체 닭 가운데 0.62%가 폐사하는 손해를 입었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수은주가 올라가면 닭의 생육이 더뎌져 출하 기간이 길어지고, 자연스레 출하량에도 변화가 있다고 지적한다.

복날을 맞아 수요는 늘었는데, 닭 출하가 늦어지면서 가격이 조금 올랐다는 설명이다.

한 육가공업체 닭 사육 담당자는 "낮 최고기온 25도에서 닭을 1.5㎏까지 키우려면 보통 31∼32일이 걸린다"며 "그러나 낮 최고기온이 30도까지 오르면 1일, 35도에서는 2∼3일가량이 더 걸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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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반기 전망은 엇갈려…"소비 진작 필요"

모처럼 찾아온 닭고기 가격 상승 흐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올해 말복이 다음 달 16일이고, 그 이후에도 다음 달 18일부터 9월 2일까지 제18회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이 기다리고 있다"며 "닭 사육 마릿수가 많기는 하지만 이 같은 점을 고려하면 평년보다 약간 낮은 수준 정도로는 올라올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우선 상황을 지켜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반면, A 육가공업체 관계자는 "최근 가격이 오른 것은 잠깐 일어난 현상"이라며 "근본적으로 수요가 받쳐주지 못하면 가을께 또다시 가격이 내려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B 육가공업체 관계자 역시 "올해 초 2018 평창동계올림픽이 '안방'에서 개최됐어도 닭고기 수요가 드라마틱하게 증가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며 "올 하반기에도 장밋빛 전망은 어렵다"고 말했다.

이런 우려가 나오는 이유는 닭고기 소비량이 늘긴 했지만, 닭 사육 마릿수는 더 크게 뛰었기 때문이다.

소비량이 생산 증가량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의미다.

2000년에서 2015년 국내 닭고기 소비량은 32만7천여t에서 67만5천755t으로 2배로 뛰었지만, 도축된 닭의 마릿수는 같은 기간 3억9천여 마리에서 9억6천여 마리로 2.4배나 늘었다.

A 육가공업체 관계자는 "건강을 중시하는 웰빙 열풍이 불어 붉은 고기보다는 흰 고기인 닭고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우리나라 1인당 닭 소비량은 여전히 중국·미국·멕시코·러시아·사우디아라비아 등 다른 나라보다 한참 아래에 있다"며 "음식문화 특성상 생선을 즐겨 먹는 일본과 소비량이 비슷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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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육가공업체 관계자도 "과거 4인 이상으로 한 가구가 이뤄졌을 때는 닭 한 마리를 사서 백숙이나 닭볶음탕을 해먹을 수 있었지만, 1∼2인 가구가 시대의 흐름이 되면서 이 같은 닭고기 소비 패턴이 유지되기 어려워졌다"며 "치킨을 넘어선 다양한 조리법이 개발돼 일반 가정의 닭고기 소비가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생산하는 닭고기 가운데 치킨 프랜차이즈로 가는 양은 전체의 27%에 불과하다"며 "70% 이상이 일반 소비자나 단체급식으로 간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