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의 반도체산업 육성 의지는 ‘절박함’에 가깝다는 평가다. 앞장서서 ‘반도체 심장론’을 내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정치적 생명이 달렸다는 해석이 나올 정도다. 반도체와 관련한 중국의 무역적자는 지난해 1930억달러(약 218조원)로 전체의 14.5%를 차지했다.

전투기와 미사일 등 무기에도 사용된다는 점에서 중국 지도부는 반도체 국산화가 경제적 손익을 넘어 국가의 자주권을 좌우한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중국 정부가 2025년까지 반도체 자급률을 70%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운 이유다.

"2025년 반도체 70% 자급"… 중국 야심에 태클 거는 美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운 중국이 미국과 유럽의 반도체 기업 사냥에 나서자 위협을 느낀 미국이 노골적으로 견제하면서 두 나라 간 패권전쟁이 반도체산업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중국계 사모펀드 캐니언브리지캐피털이 지난해 9월 미국 래티스반도체를 13억달러에 인수하려고 시도했지만 미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가 국가 안보를 이유로 승인을 내주지 않았다.

지난해 4월에도 중국 정부가 지원하는 시노IC캐피털과 유닉캐피털매니지먼트가 미국 반도체 테스트 장비업체 엑세라를 5억8000만달러에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지만 CFIUS가 8개월가량 승인을 하지 않자 포기하기도 했다.
"2025년 반도체 70% 자급"… 중국 야심에 태클 거는 美
반도체 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양국 간 신경전도 치열해지고 있다. 싱가포르의 반도체회사 브로드컴이 미국 퀄컴을 1170억달러에 인수하는 협상을 추진하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 3월 국가 안보를 이유로 인수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당시 CFIUS는 브로드컴이 퀄컴을 인수하면 5세대(5G) 무선기술에 대한 퀄컴의 지배적 지위가 약화돼 중국 화웨이의 시장 지배를 허용할 수 있다며 인수 금지를 권고했다.

미국은 중국 통신장비업체 ZTE에 7년간 부품 거래를 금지하도록 한 조치를 내렸다가 해제하기도 했다. 인텔, 퀄컴 등 미국 기업으로부터 핵심 부품을 공급받던 ZTE는 수급에 차질을 빚으면서 한때 고사 위기에 내몰리기도 했다. 이후 중국 정부는 ZTE와 같은 사례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자국 반도체 구매를 적극 늘리며 반도체 국산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견제에 맞서 한국·미국·일본 연합의 도시바 메모리 인수, 퀄컴의 NXP 인수 등 대규모 반도체 기업 인수합병(M&A) 승인권을 쥐고 미국과 신경전을 벌이다가 막판에 승인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