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전력저장장치(ESS)용 배터리 사업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업계에선 신재생에너지 발전 확대, 산업용 전기료 상승 등의 이슈와 맞물려 ESS를 주목하고 있다.

LG화학은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에도 배터리 생산 시설을 늘려가며 글로벌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사진)도 “ESS와 전기자동차용 배터리가 앞으로 회사 매출의 절반을 차지할 것”이라며 관련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박진수 "ESS가 LG화학 新성장엔진"
ESS용 배터리 기업평가 1위 ‘복귀’

LG화학은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네비건트리서치가 지난 2월 발표한 ESS용 배터리 기업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 2013년 4월과 2015년 6월에 이은 세 번째 1위다. 생산 전략, 기술력, 마케팅, 품질 및 신뢰성 등을 종합 평가해 수치화한 조사에서 LG화학은 84.9점을 기록했다. 평가 대상 중 80점 이상을 기록한 회사는 LG화학과 삼성SDI(81.4점)뿐이다.

박진수 "ESS가 LG화학 新성장엔진"
LG화학은 세계 1위 ESS 솔루션 기업인 AES에너지스토리지와 1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AES가 2020년까지 전 세계에 구축하는 전력망용 ESS 프로젝트에 배터리를 공급하게 된다. 1GWh는 제너럴모터스(GM)의 신형 전기차 볼트를 1만7000대 이상, 스마트폰은 9000만 대 이상 만들 수 있는 물량이다. 지난해부터 세계 최대 가구업체인 이케아의 가정용 ESS 솔루션인 ‘솔라 파워 포털’에도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업계에선 LG화학이 배터리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는 이유로 높은 기술력을 꼽고있다. LG화학은 최근 배터리 셀과 분리막을 접지 않고 그대로 쌓아올리는 ‘래미네이션 앤드 스태킹’ 방식을 사용해 제한된 공간에서도 최대 효율을 내고 있다.

6개 사업장 年 전기료 160억원 아껴

LG화학은 국내를 비롯해 중국 등지에서 배터리 사업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최근에는 20억달러(약 2조3000억원)를 투자해 중국 난징에 대규모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했다.

LG화학이 배터리 투자를 늘리는 것은 박 부회장의 전략적 판단에서 나온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박 부회장은 지난 3월 기자간담회에서 “올해부터 2020년까지 늘어날 매출 10조원 가운데 절반 정도가 전지에서 나올 것”이라며 “전기차와 ESS용 배터리 수요가 상당히 늘 것”이라고 말했다.

LG화학은 지난 6월 충북 오송공장에 6.3메가와트시(㎿h) 규모의 ESS를 설치하며 단일 법인으로는 국내 최다인 6개 사업장에 ESS 구축을 완료했다. 대전, 충북 청주·오창·오송, 전남 여수, 전북 익산에 설치한 ESS의 전력량은 132.7㎿h로 국내 1만2000여 가구가 하루 동안 쓸 수 있는 규모다. LG화학이 ESS로 아끼는 전기료만 연간 160억원으로, 4년 반이면 설치비 전액을 회수할 수 있다. LG화학에서 배터리 생산을 맡고 있는 오창공장에는 27.9㎿h짜리 ESS가 설치돼 있다. 이곳에선 하루 평균 6시간 동안 공장 내 각종 설비에 전력을 공급한다.

LG화학은 기업들이 ESS 설치를 늘리면서 배터리 매출이 함께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업들도 4~5년 정도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어 ESS 도입에 긍정적이다. 한국전력이 시행 중인 특례요금제는 경부하 시간대(오후 11시~오전 9시)에 ESS용 전기료를 50% 할인한다.

여기에 ESS로 인한 전력 피크 감축량의 세 배를 추가 할인한다. 그러나 이 특례요금제는 2020년 말 폐지돼 업계에서는 투자비 회수 기간이 늘어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오창=박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