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소비자 절반이상 "무역전쟁 벌어지면 美제품 안 산다"
세계 1·2위 경제 대국인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절반 이상의 중국 소비자가 미국산 제품 불매 운동에 나설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다만 중국 정부가 아직 무역전쟁 전면화를 바라지는 않고 있어 이런 소비자 기류가 당국 주도의 조직적 불매 운동으로 번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18일 중국 소비자 2천명을 상대로 최근 설문 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중 54%가 만약 무역전쟁이 벌어지면 미국산 제품을 절대 사지 않거나 아마도 사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고 보도했다.

반면 미국 제품 불매 운동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자는 13%에 그쳤다.

나머지 33%는 태도를 유보하거나 현재 미국 제품을 쓰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이 조사는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10일 사이에 중국 200개 도시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미국 정부가 지난 10일(현지시간) 2천억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10%의 관세를 추가 부과하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양국 간 '무역 갈등'이 '무역전쟁'으로 본격 비화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따라서 현재 중국 소비자들의 미국에 대한 불만 여론은 조사 당시보다 더 악화됐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중국 정부는 미국의 전면적인 '선전 포고'에도 즉각 보복 조치를 발표하지 않는 등 확전을 피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에서는 일단 중국이 과거 한국과 일본 등 상대국에 했던 것과 같은 당국 주도의 수입품 불매 운동을 벌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작년 성주에 미군 사드(THAAD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배치되자 중국에서는 환구시보(環球時報) 등 관영 매체의 선동 속에서 한국산 제품 불매 운동이 광범위하게 벌어졌다.

이 때문에 관광 분야에서만 68억달러 규모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됐다.

2012년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 영유건 분쟁 때도 중국에서는 일본 제품 불매 운동에 불이 붙어 1년 만에 일본 자동차의 중국 수출이 32% 급감했다.

또 중국은 당시 하이테크 산업에 필수적인 희토류 수출을 중단하는 등 다방면으로 일본 경제를 압박했다.

2010년 중국의 인권 운동가 류샤오보(劉曉波)가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되자 중국은 노르웨이와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무기한 연기하고 노르웨이산 연어 수입을 중단한 적도 있다.

리스크 관리 회사인 '컨트롤 리스크'의 시니어 파트너인 켄트 케들은 "중국은 미국의 반발을 우려해 미국산 제품 보이콧 선언을 꺼리고 있다"며 "중국 정부는 과거 한국과 일본에 했던 것과 같은 행동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아이폰과 스타벅스를 비롯한 미국산 제품과 서비스가 이미 중국인들의 일상에 깊숙이 침투한 상태여서 미국 제품 불매 운동이 벌어져도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소비자 절반이상 "무역전쟁 벌어지면 美제품 안 산다"
중국에서는 고학력·고소득 계층일수록 미국 제품 선호도가 강한데 이들은 상대적으로 중국 당국 선동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FT의 이번 조사에서도 미국산 불매 운동 의사를 강하게 밝힌 집단은 정작 미국 제품 소비 여력이 크지 않은 지방 중·소 도시에 거주하는 25∼29세 중저소득 계층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