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한국과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3개국의 대(對)미국 철강 수출량을 분기별로 제한한다고 5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미 관세국경보호청(CBP)은 이날 관보를 통해 대미 철강 수출을 자율 규제키로 한 한국 등에 대해 분기별 수출량을 전체 쿼터량의 최대 30%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이를 초과해 들여온 물량은 통관절차가 진행되지 않기 때문에 다음 분기까지 창고에 보관하거나 다른 국가로 돌려야 한다.

다만 이같은 제한은 한국이 미국에 수출하는 54개 철강품목 중 연간 수출량이 500t 이상인 품목에만 적용된다.

한국은 지난 3월 말 미국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및 철강 관세 협상을 일괄 타결하면서 철강에 대한 25% 관세를 면제받는 대신 직전 3개년(2015~2017년) 수출량의 70%(263만t)만 수출하기로 합의했다.

미 통상전문매체인 인사이드US트레이드에 따르면 한국은 미국 수출 철강 54개 품목 중 이미 8개 품목이 수출한도를 소진해 더 이상 수출할 수 없다.

통상전문가인 제니퍼 힐먼 미 조지타운 로스쿨 교수는 “연간 수출량뿐만 아니라 분기별 수출량까지 기준을 두는 것은 매우 제한적인 수입 규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물량을 분기별로 쪼개면 일부 품목은 수출량이 너무 작아져 한 배를 다 채우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며 “수출을 아예 포기하는 게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철강업계는 미 정부의 규제로 유럽연합(EU) 등으로 수출 물량을 조금씩 늘리고 있는 상황에서 EU도 수출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에 크게 긴장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6일 한국을 비롯한 수입 철강제품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이달 발동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한국 철강기업들의 EU 수출은 지난 1월 29만5756t에서 5월 32만7010t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그러나 대미 수출량은 같은 기간 27만5070t에서 15만8065t으로 거의 반 토막 났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의 세이프가드는 과거 수출량을 기준으로 쿼터를 부과하고 쿼터량 이상에 대해 관세를 적용한다”며 “쿼터량, 쿼터 소급 시기 등의 기준이 구체적으로 정해질 때까지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