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영자총협회가 김영배 전 상임부회장 시절 일부 사업수입을 유용해 임직원들의 격려금으로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2일 경총에 따르면 경총 사무국은 김 전 부회장 시절 일부 사업수입을 이사회나 총회 등에 보고하지 않고 별도로 관리하면서 이 중 일부를 임직원 격려금 지급에 사용했다.

경총은 김 전 부회장이 취임한 2004년 이후 그동안 90여 명에 이르는 사무국 임직원에게 격려금(특별상여금) 명목으로 월 기본급의 최대 300% 정도를 연간 3∼4차례에 나눠 지급한 것으로 밝혀졌다.

2010년 이전에는 월 기본급의 100∼150%를, 이후로는 200∼300%를 지급했다.

경총 관계자는 "2010년 이후 경총의 사업이 확대되면서 수입이 늘었고, 이에 따라 격려금 지급 규모도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2010년 이후 경총은 연구·용역사업을 통해 총 35억원(연 평균 약 4억4천만원)가량의 수익금을 보유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중 사업비로 쓰고 남은 금액과, 일반 예산에서 일정 부분을 추가 부담해 연 평균 8억원가량을 전체 직원들에게 성과급 성격의 특별상여금으로 지급했다는 것이다.

재계는 경총이 기업안전보건위원회 활동과 관련한 사업비를 전용하거나 기업들의 단체교섭 위임 사업과 관련해 받은 수입을 빼돌리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격려금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김영배 전 부회장의 뒤를 이어 4월 새로 취임한 송영중 상임부회장이 발견해 5월 말 손경식 경총 회장에게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송 부회장은 총회나 이사회 승인 없이 이처럼 격려금이 지급된 것에 대해 "회계 처리상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감사를 임명해 조사를 벌였다.

경총은 올해 2월에도 총회 직후 격려금을 지급했으나 5월 초로 예정됐던 격려금은 송 부회장의 제지로 지급되지 않았다.

경총은 이에 대해 "우리 조직의 재정 규모와 단체 성격상 사무국 직원들에게 다른 경제단체 수준의 연봉을 지급하기는 어려워 매년 우수 인력의 이탈과 사기 저하가 고질적인 문제였다"며 "이런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일반회계, 용역사업, 기업안전보건위원회 회계에서 일정 부분을 분담해 연간 월 급여의 200∼300% 내외의 상여금을 지급했다"고 시인했다.

경총은 "송 부회장에게도 이런 사항을 보고했고, 향후 보완키로 했다"며 "송 부회장이 임명한 내부 감사팀장의 감사 결과에서도 특별상여금 지급의 필요성은 인정하되 그 방식을 더 합리적으로 개선하도록 권고했다"고 설명했다.

경총은 또 이런 사항을 손 회장에게도 보고했으며 이에 대해 손 회장은 오는 3일 열리는 임시총회에서 특별 보고 안건으로 회계 관련 내용과 개선 방안을 상세히 보고하도록 지시했다.

경총은 그러나 "김영배 전 부회장 사무실 내 대형 철제금고 안에 거액의 현금이 있었다는 일부 매체의 보도는 사실무근"이라며 "하드디스크, 문서 파기 등의 작업도 정례적인 것으로 불법행위와 관련한 증거를 인멸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