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내달 6일까지 타결 없으면 11월 중간선거까지 잠재위험"

증권팀 = 미국발 무역분쟁이 본격화한 뒤 석 달여간 국내 주식 시장이 박스권에 갇혀 불안한 흐름을 반복하고 있다.

시장이 안정을 되찾아 코스피가 상승을 시도하다가도 미국과 중국, 미국과 유럽연합(EU) 사이에서 보호무역주의의 마찰음이 나오면 여지없이 다시 하락하는 모양새다.

지난 26일 코스피도 미중 무역분쟁 우려로 6.96포인트(0.30%) 내린 2,350.92로 장을 마쳤다.

장중 한때는 30포인트 넘게 급락하며 2,326.61까지 주저앉기도 했다.

미국이 기술유출 방지를 위해 중국계 기업의 대미 투자를 차단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는 소식이 영향을 미쳤다.

25일(미국시간) 뉴욕증시에서도 비슷한 이유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1.33%),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1.37%), 나스닥지수(-2.09%) 등 주요 지수가 일제히 내렸다.

코스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상대로 고율 관세 부과 등 '무역전쟁' 포문을 연 지난 3월 이후 주요국 간의 신경전이 날카로워질 때마다 이런 움직임을 되풀이하고 있다.

당시 2,500선을 코앞에 뒀던 코스피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경제침략을 표적으로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직후인 지난 3월 23일 하루 3.18% 급락하고서 박스권에 갇혔다.
트럼프발 무역분쟁 박스권 장세 언제까지 가나
증권가에서는 이번 미국발 무역분쟁 국면이 생각보다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미국 중간선거 승리를 노리고 중국이나 유럽연합(EU)에 한층 더 날 선 대응을 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시장 참여자들은 한동안 트럼프가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이고자 중국과 무역분쟁을 일으킨 것으로 판단하고 어느 선에서 중국과 협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며 "하지만 최근 트럼프의 대응 수위는 이런 예측을 벗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양 센터장은 "트럼프가 11월 중간선거를 겨냥하고 강경 대응을 하는 경우 관세전쟁 국면은 길어질 수밖에 없다"고 예상했다.

박희정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도 "트럼프의 경우 11월 중간선거와 북핵 관련 추가 협상 등이 남아 있어 중국과의 무역 이슈를 계속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트럼프 대통령이 보호무역에 대한 우려를 자극할 때마다 그와 공화당에 대한 지지율이 높아졌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며 "트럼프가 중간선거 전까지 보호무역 관련 이슈들을 양산하면서 선거전략의 하나로 활용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미중 양국이 어느 선에서 타협할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지만, 무역분쟁 격화로 신흥국 자금 이탈이 길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 경우 코스피도 2,300선을 지지선으로 지지부진한 박스권 장세가 길어질 수 있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극단적인 무역전쟁보다는 타협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중간선거를 노리는 트럼프의 전략상 9월께까지 타결이 지연되며 관련 위험이 주기적으로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조 센터장은 이어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를 적용한 2,350 이하에서는 지수가 쉽게 회복될 것으로 보이나 무역분쟁 관련 리스크가 남아 있어 단기에 반등하는 브이(V)자 흐름을 기대하기는 다소 무리"라고 설명했다.

박희정 센터장은 "관세 부과 시한인 내달 6일까지 협상을 통해 중국의 양보를 좀 더 얻어내면 무역전쟁 국면이 11월까지 계속되지 않을 수 있지만 반대로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오면 단기적으로 코스피가 더 내려갈 수 있다"며 "이 경우 PBR 1배를 적용한 2,300대가 지지선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창목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도 "미국 중간선거 이전에 통상마찰 이슈가 어느 정도 해소된다면 코스피는 3분기 조정을 거쳐 4분기에 반등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본다"며 "3분기 조정의 저점은 2,300선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트럼프발 무역분쟁 박스권 장세 언제까지 가나
미중 무역갈등이 양국의 헤게모니 싸움의 일부로 더 장기화할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도 있다.

미국이 G2(주요 2개국) 구도에서 중국을 따돌리려는 '큰 그림'의 하나로 무역전쟁에 나선 것이라면 대립 국면이 몇 년간 이어지며 세계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해석이다.

양기인 센터장은 "트럼프의 행보를 중간선거 전략으로만 봐도 올해 증시에 대한 기대가 없어지는데 G2의 주도권 싸움이면 더욱 좋지 않다"며 "G2가 기침만 해도 감기에 걸리는 신흥국 입장에서는 힘들어진다"고 설명했다.

양 센터장은 "과거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 지수는 큰 타격을 받아도 오래지 않아 회복해 V자 반등을 나타냈지만 이번 사태가 장기화하면 그러지 못할 수 있다"며 "최악에는 지수가 PBR 1배 적용 수준인 2,350∼2,400 밑에서 오랜 기간 머무르며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류용석 KB증권 시장전략팀장도 "G2간 경쟁인 만큼 단기에 끝나지 않으리라고 본다.

역사적으로 미국은 자국을 추격하는 국가에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압박을 가했다"며 "이 이슈는 또한 트럼프 재선이나 북한 이슈하고도 관련돼있어 몇 년 더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류 팀장은 "G2의 헤게모니 싸움 속에 우리 주식 시장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며 "코스피는 일단 2,300선에서 버티겠지만 거기서 2∼3% 정도 더 떨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코스닥의 경우 대부분 종목이 심리적 하단에 와있는 만큼 거기서 무너지면 투매가 나오고 바닥을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