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등급 오르자 우대금리 깎아 대출금리 유지한 경우도
금감원, 9개 은행 검사결과 발표…"은행 이름 조속히 공개"


은행들은 지난해 37조3천억원의 이자이익을 벌어들였다.

올해도 1분기에만 9조7천억원에 달했다.

이자이익은 예금·대출금리의 격차에서 발생한다.

예금금리보다 대출금리가 높은 '예대마진'이 커질수록 이자이익도 늘어난다.

막대한 이자이익의 배경에는 은행들이 '조작'에 가까울 만큼 대출금리를 제멋대로 올린 행태도 한몫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상반기 은행들을 대상으로 벌인 '대출금리 산정체계' 검사 결과를 21일 발표했다.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기업·한국씨티·SC제일·부산은행이 검사 대상이다.

검사 결과에 따르면 일부 은행은 대출금리의 핵심 변수인 가산금리를 산정할 때 대출자의 소득이나 담보가 있는데도 것처럼 꾸몄다.

연소득 8천300만원인 직장인 A씨는 2015년 11월 한 은행에서 5천만원을 연 6.8% 금리로 2년간 빌렸다.

이 은행은 부채비율(총대출/연소득)이 250%를 넘으면 대출금리에 0.25%포인트, 350%를 넘으면 0.50%포인트의 가산금리를 붙였다.

소득이 적을수록 상환능력이 떨어진다고 본 것이다.

A씨는 연 8천300만원의 소득이 있었지만, 은행 전산에는 소득이 없는 것으로 입력됐다.

결국 부채비율이 35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나 가산금리 0.50%포인트가 붙었다.

50만원의 이자를 더 낸 것이다.

개인사업자 B씨는 올해 1월 2천100만원을 은행에서 빌렸다.

전산시스템으로 산출된 금리는 9.68%였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은행은 내규상 최고금리(연 13%)를 매겼다.

B씨는 5개월 동안 28만원의 이자를 더 냈다.

C씨는 지난해 3월 은행에서 3천만원을 담보대출로 빌렸다.

개인사업자 담보대출로, 금리는 8.60%가 책정됐다.

그런데 은행은 C씨에게 담보가 없다고 전산에 입력, 그의 '신용프리미엄'을 정상(1.0%포인트)보다 2.7%포인트나 높은 3.7%포인트로 책정했다.

이 때문에 1년 2개월 동안 96만원의 이자를 더 냈다.

금감원은 이들처럼 소득이나 담보가치가 낮게 매겨지거나 아예 없는 것으로 간주돼 부당하게 책정된 사례가 여러 은행에서 다수 발견됐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관계자는 다만 내부 규정을 이유로 들면서 "조속히 검사 결과를 확정해 해당 은행들의 이름을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경기가 좋아졌는데도 불황기를 가정한 신용프리미엄을 산정하고, 경기 변동을 반영하지 않은 채 몇 년 동안 고정적으로 적용하기도 했다.

이 역시 결과적으로 가산금리를 높였다.

대출자의 신용등급이 상승하자 우대금리를 줄이는 수법도 썼다.

신용등급이 오른 대출자가 금리인하요구권을 행사하자, 해당 지점장은 우대금리를 줄여 대출금리를 그대로 유지했다.

이 같은 은행들의 대출 가산금리 산정은 영업상 관행을 넘어 '범죄'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해당 은행도 가산금리 산정의 문제점을 인정해 대출자들에 대한 환급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결정된다.

기준금리는 금융채,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코픽스 등이 주로 사용된다.

가산금리는 신용프리미엄, 리스크프리미엄, 자본비용 등 원가항목에 목표이익률을 반영한 마진을 붙이고 가·감조정을 거쳐 결정된다.

체크카드를 만들면 금리를 깎아주는 것 같은 부수거래 감면 등이 가·감 조정의 대표적 사례다.
 은행들 대출금리 조작… 소득·담보 있는데 없다고 입력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