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테더 트위터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사진=테더 트위터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달러 기축 가상화폐(암호화폐) 테더사가 “테더 발행량만큼 충분한 달러화를 보유 중”이라고 20일(현지 시간) 감사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이날 테더사 공식 홈페이지에 올라온 감사 보고서는 루이스 프리 전 FBI 국장이 설립한 법률 회사 FSS(Freeh Sporkin & Sullivan LLP)가 발행했다.

감사는 사전 통보 없이 무작위로 지난 1일 진행됐다. FSS측의 보고서에는 “테더사가 보유한 은행 계좌 두 곳을 열어 잔액을 확인했으며 당시 테더사가 보유한 금액은 25억4507만 달러였다. 테더 발행량인 25억3809만달러를 웃돌았다”고 서술됐다.
사진 = FSS가 제공한 테더사 잔고 관련 보고서
사진 = FSS가 제공한 테더사 잔고 관련 보고서
테더사가 지금까지 발행된 테더를 뒷받침할 충분한 양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음을 FSS가 입증한 것이다.

테더는 1테더당 1달러의 가치를 지니도록 설계된 일종의 상품권과 같은 암호화폐다. 예를 들어 투자자가 홍콩에 위치한 테더사에 100달러를 입금하면 100달러화 테더(USDT)를 발행하는 식이다. 역으로 테더를 달러화로 환전 요청하는 것도 가능하다.

암호화폐를 구입하려면 거래소에 실물 화폐를 입금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거래소에 실물 화폐를 입금하는 방식보다 테더를 구매하는 방식이 보다 자주 쓰인다. 실물 화폐 입금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규제 문제를 감당할 수 있는 거래소가 많지 않은 탓이다.

때문에 대형 거래소를 제외한 대부분의 중소형 거래소들 사이에서는 현금 입금 대신 테더를 받는 것이 일종의 '표준'으로 자리잡았다. 실물 화폐 대용으로 부각되며 실질적인 기축통화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문제는 테더사가 투자자들의 실물 화폐 입금 없이 자체적으로 달러화를 발행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테더사는 테더 발행량만큼의 달러를 보유하고 있다는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지 않아 논란을 키웠다.

지난해 12월에는 이 문제를 놓고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테더사와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파이넥스에 소환장을 보냈다. 이달 14일 미국 텍사스대 존그리핀 교수(금융학)가 “비트코인 가격 상승의 절반은 테더 발행에 의해 조작된 것일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은 것도 이러한 배경이 있었다.

논란이 계속되자 테더 측이 본격 대응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테더의 법률 고문 스튜어트 호그너는 그간 제대로 된 감사 보고서를 제출하지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 “감사 법인을 구하지 못한 것은 대형 회계법인들이 암호화폐 관련 업무를 피하려 하기 때문”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그간 암호화폐 시장의 위기를 초래한 테더 이슈는 이번 감사 보고서 공개로 일단락됐다. 다만 전문가들은 테더 측이 제시한 이번 보고서 역시 실물 계좌를 보여준 게 아니라 엄밀히 따지면 '간접 증거'이므로 논쟁의 불씨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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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산하 한경닷컴 객원기자 san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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