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회장단 회의 열어 거취 논의"…'자진사퇴 압박' 메시지 해석도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거취 문제로 논란을 빚고 있는 송영중 상임부회장에 대해 직무정지 조치를 내렸다.

경총은 이른 시일 안에 회장단 회의를 열어 송 부회장의 거취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

경총은 12일 이런 내용을 담은 '송영중 상임부회장에 대한 경총 입장' 자료를 냈다.

이 입장은 손경식 경총 회장의 의중이 담긴 것으로, 손 회장은 송 부회장이 자신과 상의 없이 독단적으로 행동한 데 대해 불만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송 부회장이 스스로 물러나기를 원하는 일종의 압박용 메시지가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경총은 입장문을 낸 배경에 대해 "더 이상 경총의 명예와 신뢰를 떨어뜨리는 송영중 상임 부회장의 태도를 묵과할 수 없기에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힌다"라며 송 부회장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경총은 입장문에서 "경총의 모든 업무는 정관에서 명확히 규정한 바와 같이 회장이 경총 업무를 지휘·관할하고 상임부회장은 회장을 보좌하는 것인데, 이러한 사실이 명확히 알려져 있지 않고 부회장이 많은 권한을 가진 것으로 보도되고 있어 오해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송 부회장이 소신과 철학이라면서 경총의 방침에 역행하는 주장을 하지만, 이는 잘못된 일이며 부회장으로서 도를 넘는 발언과 행동이 있었는데 이 또한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경총은 또 "경총의 업무는 회장의 지휘 아래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며 회원사 및 국민의 기대에 조금도 배치됨이 없이 수행될 것"이라며 "전 임직원은 마음과 힘을 합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총은 그러면서 "직무정지 상태인 송영중 상임부회장 거취에 대해서는 조속한 시일 내 회장단 회의를 개최해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총 상임부회장이 회장 및 사무국과의 갈등으로 회장으로부터 직무정지 조치를 당한 것은 경총 설립(1970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손 회장이 공개적으로 송 부회장에 대한 불신임을 표명함에 따라 사실상 경총이 송 부회장에 대한 경질 수순에 들어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경총 관계자는 "정관에 부회장에 대한 면직 규정이 없기 때문에 직무정지는 회장이 내릴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경총 안팎에서는 이르면 이번 주 중에 회장단 회의가 열릴 수 있다는 관측이 돈다.

다만 경총 내부에선 그런 절차까지 가기 전에 송 부회장이 스스로 사의를 표명하는 것이 좀 더 모양새가 낫지 않으냐는 의견도 있다.

경총의 이날 입장문은 이미 전날 송 부회장의 거취 논란과 관련해 한 차례 입장문을 낸 데 이어 두 번째다.

전날 첫 입장문이 좀 더 절제된 논조였다면 이날 입장문은 "잘못된 일", "부회장으로서 도를 넘는 발언과 행동", "유감스러운 일" 등으로 표현의 수위가 높아졌다.

특히 경총은 전날 송 부회장에 대해 직무정지 조치를 내렸다는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이날은 입장문에 이를 적시했다.

경총이 입장문에서 언급한 "경총의 방침에 역행하는 주장", "부회장으로서 도를 넘는 발언과 행동" 등은 무엇보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논의 과정의 논란을 언급한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경총은 국회 상임위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다가 최저임금위원회로 가져가 논의하자고 했는데, 이는 경총 사무국과의 조율 없이 송 부회장이 독자적으로 내린 결정이라는 것이다.

또 송 부회장이 손 회장과 상의 없이 독단적으로 경총 사무국 임원을 면직시키려 시도한 일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거취 논란을 놓고도 송 부회장이 손 회장에게는 스스로 물러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이를 번복하면서 내부적으로 혼란을 야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총 관계자는 "손 회장이 일련의 사태를 겪으면서 갈수록 송 부회장에 대해 실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결국 회장단 회의를 포함한 회원사들의 뜻에 따라 송 부회장의 거취가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 부회장은 노동부 근로기준국장과 산업안전국장, 고용정책본부장 등을 지낸 정부 고위관료 출신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