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미 시장에서 5000대 이상 팔린 코나. (사진=현대차)
지난달 미 시장에서 5000대 이상 팔린 코나. (사진=현대차)
현대자동차가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판매량을 늘리면서 북미 시장에서 반등에 성공했다. 오랜 침체를 벗어나는 데 투싼과 싼타페, 코나 등 SUV 삼형제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5월 현대차의 미국 판매대수는 6만6056대(제네시스 포함)로 작년 5월 대비 두 자릿수(10.1%) 성장세를 보였다. 이는 올들어 처음으로 전년 대비 증가세를 올린 것. 지난달 현지 시장 점유율은 4.2%를 기록해 작년 4월(4.4%) 이후 가장 높았다.

실적 반등을 이끈 것은 SUV였다. 현대차의 북미 주력이 된 투싼은 1만2991대 팔리면서 전년 동월 대비 23% 증가했다. 싼타페는 1만707대 팔려 신형 교체를 앞두고도 9% 늘었다. 코나 판매량은 5079대로 지난 4월(3315대)보다 53% 증가했으며 같은 체급에서 경쟁하는 기아차 니로(2808대)보다 2배가량 더 팔렸다.

현대차의 북미 13개 모델(제네시스 포함) 중 SUV는 3종 뿐이다. 그럼에도 현대차의 미 시장 SUV 비중은 전체 판매의 절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지난해 30%대에 머무른 SUV 판매량은 지난달 44%까지 치솟았다.

기아차 조지아공장에서 조립되던 싼타페는 이달부터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에서 신형 모델 생산에 들어갔다. 현대차는 SUV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올 연말까지 싼타페 8만4000대 이상 생산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싼타페는 올 5개월간 작년 동기보다 4% 증가한 4만8659대가 판매됐다. 하반기 싼타페 신차 효과가 더해지면 SUV 성장세 예상된다.

유지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나 투입과 싼타페 증량 효과 등으로 2018년 말 SUV 비중은 50% 수준까지 확대될 것"으로 추정했다.

그동안 픽업트럭 부재가 현대차 북미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현대차는 이러한 SUV 성장세에 힘입어 가짓수 모델 늘리기를 추진중이다. 올 4분기 국내 출시가 예상되는 새 대형 SUV(베라크루즈 후속)는 내년 상반기 북미 판매에 들어갈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막바지 작업에 한창인 제네시스 SUV의 내년 북미 출시도 호재가 될 전망이다.

기아차는 레저용차량(RV) 라인업이 현대차보다 우세하다. 11개 세부모델 중 45%는 RV 차종이다. 지난달 북미에서 팔린 5만9462대 중 RV 비중(3만3526대)은 절반을 넘어섰다. 기아차는 내년 북미 출시를 목표로 모하비 후속 대형 SUV(가칭 텔루라이드)를 준비하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SUV와 관련된 미국 내 전략은 신차 투입의 속도가 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김평모 DB금융투자 연구원은 "현대·기아차의 북미 경트럭 부문 시장 점유율은 4% 수준으로 일본 경쟁사(7~13%) 대비 미미하다"면서 "경트럭 점유율 반등은 공장 가동률 안정화와 판매단가(ASP) 상승을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