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터키·인도네시아 통화가치 급락…IMF 구제금융·금리인상 대응
미국 6월 금리 인상하면 신흥국 자본유출 재연 우려
[세계경제 먹구름] 흔들리는 신흥국…경제위기 뇌관되나
신흥국 '6월 위기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통화가치 급락으로 자본유출 위기를 겪은 아르헨티나, 터키, 인도네시아의 금융시장에 불안이 좀처럼 가시지 않는 가운데 브라질 경제까지 파업으로 휘청거리면서다.

설상가상으로 이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추가 인상하면 신흥국의 자금 유출로 채무불이행(디폴트)이 늘어 글로벌 경제를 위협하는 뇌관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불거진 신흥국 경제·금융 위기의 진앙은 아르헨티나다.

경제 규모가 중남미국가 중 세 번째인 아르헨티나는 지난달 8일 국제통화기금(IMF)에 300억 달러(약 32조2천억 원)의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2000년 IMF로부터 400억 달러(43조2천억 원)를 지원받은 전력이 있는 아르헨티나가 IMF에 다시 손을 벌린 것은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의 지지부진한 개혁과 급증한 외채부담에 대한 부정적 평가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6월 미국의 금리 인상이 확실해지자 저금리 시기에 차익을 노리고 단기 국채 등을 통해 유입된 국제 투자자금이 이탈했고 물가는 급등하고 페소화 가치가 급락하는 등 금융시장은 요동쳤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자국 통화가치 하락을 막고자 4월 27일부터 5월 4일까지 3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기준금리는 이 기간 연 27.25%에서 40%로 급격히 올랐다.

일각선 우파 성향의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이 기존 좌파정권 12년간 계속된 복지와 방만한 정부 재정을 과감하게 뜯어고치지 못하고 국민의 반발을 의식, 단기 국채 발행으로 확보한 외채를 토대로 점진적인 경제체질 변화를 시도한 데서 위기의 원인을 찾는 분석도 나온다.

금리 인상과 IMF 구제금융 협상에도 페소화 가치는 올해 들어 25% 이상 폭락하는 등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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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남미 최대 경제 대국인 브라질에서는 오는 10월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최근 물류파업 사태가 겹쳐 금융시장이 출렁거렸다.

지난달 21일부터 시작된 트럭운전사 파업은 교통·물류 대란을 야기해 경제 전반에 큰 충격을 줬다.

중앙은행 개입으로 안정 기미를 보였던 헤알화는 지난달 28일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이 트럭운전사들의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소식에 급락세를 보였고 상파울루 증시의 보베스파 지수는 4.49% 급락했다.

재계는 트럭운전사 파업 사태가 주요 20개 업종에 걸쳐 750억 헤알(약 21조7천억 원) 이상의 피해를 낸 것으로 추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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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경제는 구조적인 문제에 정치논리가 개입하면서 올해 들어 위기 국면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는 리라화 환율로, 지난 다섯 달 동안 리라는 달러 대비 25%가량 절하됐다.

지난달 23일에는 리라 투매 현상이 일어나면서 환율이 달러 당 4.9293리라까지 치솟았다.

중앙은행이 긴급 통화정책위원회를 소집해 금리를 300 bps(3%)나 기습 인상하고, 기준금리제도 개선을 발표하는 등 급한 불을 껐으나 시장 불안은 가시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고질적인 경상수지 적자와 두 자릿수를 넘나드는 물가인상률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막대한 외채와 외국 자금의 이탈도 위기를 부채질했다.

올 1분기 경상수지 적자는 164억 달러로, 작년 1분기 84억 달러보다 95% 급증했다.

지난달 물가상승률은 연간 기준으로 10.85%를 기록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물가를 잡고 환율을 방어하려면 상당한 금리 인상 필요성이 제기됐으나 시장이 패닉 상태가 되기 전까지 터키 중앙은행은 소극적으로 일관했다.

작년에 개헌으로 강력한 권력을 거머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금리 인상에 극도로 부정적이다.

"금리가 모든 악(惡)의 부모"라거나 "고금리가 물가상승의 원인"이라는 비상식적인 경제관을 역설할 정도다.

뒤늦게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 등 대책을 쏟아내며 신뢰 회복에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일부 전문가들은 터키가 외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IMF에 손을 벌리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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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역시 자본유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는 올해 초 달러당 1만3천300 루피아 내외였지만 미 금리 인상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 속에 지난달 24일 달러당 1만4천205 루피아까지 치솟았다.

경기 부양 필요성 때문에 금리 인상을 꺼려왔던 인도네시아 중앙은행(BI)은 결국 지난달 17일 기준금리로 사용되는 7일물 역환매조건부 채권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지난달 30일엔 이례적으로 비정례 회의를 소집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추가 인상했다.

하지만 채권시장의 외국인 투자 비중이 38%에 달하는 데다 경상수지 적자라는 악재가 겹쳐 있어 루피아 약세가 재개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미즈호 은행 싱가포르 지사의 경제·거시전략 담당자인 비슈누 바라단은 "고비를 넘었다고 선언하기는 이르다"면서 "시장의 동요에서 눈을 떼면 안 될 시점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