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 회복에도 생산현장은 침체…순환휴직·희망퇴직 나서

지난 수년간 이어진 세계적 업황 부진에 따른 조선업계의 '일감 절벽' 여파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기존 수주 물량이 바닥을 드러내는 가운데 새로 따낸 일감은 아직 생산 현장에 반영되지 못하면서, 업체별로 수천 명에 달하는 유휴인력을 해결해야 하는 힘겨운 상황에 처했다.

2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오는 7월 말 나르스 프로젝트를 완료하면 더 이상의 해양플랜트 일감이 남지 않게 된다.

2014년 아랍에미리트(UAE)로부터 나르스 프로젝트를 수주한 이후 업황이 침체기를 겪으면서 일감을 추가로 따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재 입찰을 추진 중인 건이 있지만, 만일 수주에 성공하더라도 실제 제작에 들어가기까지는 1년 이상이 걸려 당장 일감으로 반영되진 못한다.

결국 8월부터 현대중공업 해양사업본부 소속 직원 3천여 명은 유휴인력이 되는 셈이다.
바닥 드러낸 일감·수천명 유휴인력… 조선업 '고군분투'

회사 측은 배를 만드는 조선 부문 작업장으로 일부 인력을 옮기는 방법을 포함해 다양한 유휴인력 관리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현대중공업이 보유한 총 11개의 도크(선박 건조·수리 시설) 중 4도크, 5도크, 군산도크 등 3개는 이미 작년부터 가동을 중단했다.

일감이 넉넉지 않아 효율이 낮은 도크를 닫아놓은 것이다.

올해 들어 업황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수주잔량은 지난달 기준 86척을 기록했으나 멈춘 도크를 재가동할 만큼 충분하진 않다.

유휴인력을 돌릴 여력도 제한적인 셈이다.

앞서 현대중공업은 일감 절벽으로 최대 5천여 명의 유휴인력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대비해 작년부터 순환휴직 등을 단행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근속 10년 이상 사무직과 생산기술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노조 추산으로 약 500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올해 추가로 희망퇴직을 시행하진 않을 방침이다.

삼성중공업도 당장 일감이 떨어질 정도는 아니지만, 상황이 어렵긴 마찬가지다.

삼성중공업의 해양플랜트 일감은 작년에 따낸 2기를 포함해 총 5기가 남아있다.

조선 부문 수주잔량은 4월 기준 72척이다.

일반적으로 이 정도 잔량은 1년∼1년 반 정도의 일감만이 남아있다는 뜻이다.

이미 삼성중공업은 조업 물량이 줄자 지난해 육상 1도크와 해상 플로팅 도크 1호기의 가동을 중단했다.

재가동 여부가 불투명한 것은 물론이고 앞으로 수주 실적에 따라 다른 도크마저 가동을 멈출 수도 있다.

삼성중공업은 1천여 명가량인 유휴인력 문제 해결을 위해 다음 달 말까지 생산직 약 3천 명을 대상으로 순환휴직을 시행 중이다.

이에 더해 앞서 내놓은 자구안에 따라 연내 2천 명의 직원을 내보내야 한다.

회사 측은 조만간 근로자 대표기구인 노동자협의회와 인력 감축 계획을 논의할 예정이다.
바닥 드러낸 일감·수천명 유휴인력… 조선업 '고군분투'

대우조선해양은 수주 잔량 상황이 나은 편이다.

대우조선이 현재 보유한 해양플랜트 일감은 드릴십 6기, 원유생산설비 1기 등 총 7기다.

인도일이 2020∼2021년으로 아직 조업 물량에 여유가 있다.

4월 기준 선박 수주잔량은 총 74척으로 일단 올해는 비는 도크 없이 완전히 가동된다.

다만 대우조선도 회사 덩치를 줄이기 위해 2020년까지 인력을 9천 명대 수준으로 줄인다는 내용의 자구안을 마련한 바 있다.

3월 말 기준 직원 수는 1만여 명이다.

올해 수주 목표치를 달성하면 정년퇴직 등 자연감소분만으로 충분하지만, 목표에 미치지 못한다면 남은 인력을 인위적으로 정리해야 할 수도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과거 호황 때와 비교해 일감은 턱없이 부족하나 인력은 그대로인 상황"이라며 "수주 실적이 회복되는 긍정적인 분위기 속에서도 조선사들은 직원을 내보내거나 허리띠를 졸라매며 분투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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