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서방 온다고?'…K-뷰티·관광 '아직 미풍'
한반도 해빙 무드로 중국 관광객이 몰려온다는 소식에 기대감이 확산하고 있으나 정작 화장품과 여행업계는 시큰둥하다.

업계에선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위기 전 호황기에 비하면 최근 관광객 증가세는 미풍에 그친다며 완연한 회복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25일 관련 업계와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방한 관광객은 133만1천709명으로, 작년 같은 달과 비교해 23.8% 늘어났다.

특히 방한 중국인 수는 36만6천604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60.9% 증가했다.

관광 목적의 중국인 방문객 수는 28만3천533명으로 78.6% 늘어났다.

중국인 관광객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은 지난해 시행된 단체관광 금지조치가 풀린 데 따른 것이다.

일본 관광객도 한반도 평화 분위기 조성과 지난달 말 연휴 덕분에 최근 1년여간 가장 높은 두 자릿수 성장(29.0%)을 기록했다.

국내 화장품 등 판매시장은 회복세를 보였다.

중국 노동절 연휴 기간인 지난달 27일부터 5월 3일까지 싼커(散客·중국인 개별관광객)로 홍대와 동대문 드러그스토어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134%, 241% 증가했다.

사드에도 큰 타격을 입지 않은 LG생활건강의 올해 1분기 화장품 매출이 9천77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2.1% 증가했다.

이중 면세채널 판매액이 3천383억원으로 20% 신장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국내 화장품 시장이 사드 위기 전 수준을 회복한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이 생겨나고 있다.

업계는 그러나 실제 올해 3월부터 유커(遊客·중국인 단체관광객)와 싼커가 들어오고 있으나 매출 회복세는 두드러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중국 관광객 유입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나 면세시장 등 판매채널 성장세는 크지 않다"며 "중국과 관계가 완전히 해빙 무드로 돌아서더라도 과거 매출을 모두 회복할지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도 "관광객 증가로 회복 조짐이 보이기는 하지만, 평이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중국과 아세안, 미국 등 해외 시장 공략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행업계 역시 인바운드(국내 관광객) 증가세가 아직 미미한 수준인데다 '초저가 상품'으로 인해 수익구조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하나투어는 올해 들어 24일 현재까지 인바운드 실적이 거의 없다고 밝혔다.

반면 내국인 대상 하나투어의 중국 여행객(아웃바운드) 수는 지난달 4만4천여명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79.0% 증가했다.

이달에도 전날까지 4만1천여명으로 92.9%나 늘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중국인 입국 관광객은 거의 싼 상품으로 들어오는 데다 기업이나 상용단체를 제외하고 일반 패키지 단체관광은 거의 없고 개별 여행객이 많다"며 "중국 현지에서도 영업이나 마케팅이 활발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업황이 회복 기미를 보이는 것은 맞지만, 2015∼2016년 한창 때는 아니더라도 정상화 단계로 가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