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기업인' 잃어 애통 또 애통… 正道경영·도전정신 후대에 계승
우리 경제계의 큰 별이자 정도 경영의 대명사인 화담(和談) 구본무 회장님이 우리 곁을 떠나셨습니다. 다정다감한 미소로 이웃집 아저씨 같고 만인의 형님 같던 회장님이 우리 곁을 떠나 머나먼 길로 가셨습니다. 엊그제까지 막걸리 잔을 기울이며 사람을 얘기하고 세상을 논하던 회장님을 이제 다시 볼 수 없다니 원통하고 비통하기 짝이 없습니다. 하늘도 울고 땅도 울고 싶은 ‘비도최열(悲悼裂)’의 심정입니다.

회장님은 한국 최고의 경영인이자 인재를 사랑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기업인이었습니다. 1975년 30세의 나이에 (주)럭키(현 LG화학) 과장으로 입사해 20여 년간 실무 경험을 쌓은 후 1995년 50세에 제3대 LG그룹 회장으로 취임하셨습니다. 특유의 ‘끈기와 결단’의 리더십으로 ‘글로벌 LG’를 우뚝 세우고 ‘영속기업 LG’의 기반을 탄탄히 마련했습니다.

회장님은 세계를 경영하는 ‘글로벌 경영자’였습니다. 회장 취임 당시 30조원이던 그룹 매출액은 GS, LS 등으로 계열분리하고도 160조원 규모로 커졌습니다.

회장님은 인재를 사랑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참다운 기업인이었습니다. 기업 경쟁력의 원천은 ‘인재’이며, 영속 기업의 해답은 ‘연구개발(R&D)’이라는 신념으로 인재 확보와 R&D 투자에 열정을 쏟았습니다. LG그룹은 지난해 약 7조원을 R&D에 투자했고, 관련 인력도 3만3000명에 이릅니다. 최근 서울 강서구 마곡산업단지에 약 4조원을 들여 국내 최대 규모의 융복합 연구단지인 ‘LG사이언스파크’를 건립한 것도 LG의 미래를 내다보는 회장님의 결단이었습니다.

회장님은 “국가와 사회 정의를 위해 희생한 사람들에게 기업이 사회적 책임으로 보답한다”는 뜻으로 1995년 ‘LG 의인상’을 제정했습니다. 소방관, 경찰, 군인 등 국가와 사회를 위해 헌신한 의인과 얼굴도 모르는 이웃을 위해 위험을 무릅쓴 시민 등 70명이 넘는 수상자를 배출했습니다.

회장님은 자타가 공인하는 정도 경영의 표상이었습니다. 3대에 걸친 동업은 물론 GS, LS 등으로 계열분리하는 과정에서도 모범을 보였습니다. 온 재계가 회장님의 정도 경영과 도전정신을 흠모하고 참다운 기업가를 잃은 것은 나라의 큰 아픔과 손실이라고 애통하고 있습니다.

회장님, 회자정리(會者定離)라고 하지만 아직은 너무 이릅니다. 회장님께서 이 나라를 위해서나, LG를 위해서 하실 일은 아직도 태산 같습니다. 회장님께서 보살펴야 할 의인들과 과학자, 소외계층이 아직 많습니다. 어찌 이 모든 숙제를 두고 홀연히 떠나실 수 있습니까.

신제품 개발 발표회에서 연구원들과 함께 흐뭇해 하시던 모습과 임원들 승진 축하 자리에서 직접 술잔을 들고 테이블을 돌며 건배하시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아련합니다. 회장님께서 처음 입원하셨을 때 저는 밤마다 기도했습니다. 경과가 좋다는 소식에 만세를 불렀습니다. 2차 수술 후 회장님께서는 연명치료를 하지 않겠다고 말씀하셨지만 곧 회사로 오실 것으로 믿었습니다. 인자하고 환하게 웃는 모습이 그립습니다.

존경하는 회장님, 정말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이제 작별인사를 드려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 글을 쓰면서도 눈에는 한없는 눈물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회장님, 이제 모든 짐을 내려놓고 평소에 아끼고 자식처럼 소중히 가꾸어 오신 화담숲을 이불 삼아 부디 편안히 쉬십시오. 회장님을 존경하고 사랑하는 모든 사람의 마음을 모아 삼가 회장님의 명복을 빕니다.

회장님, 사랑합니다. 존경합니다.

이희범 < 2018평창올림픽 조직위원장(前 산업자원부 장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