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강세·유가상승도 부담…"신흥국 6월 위기설은 기우" 분석도
美금리인상 우려로 신흥국서 외국인 자금 동반 유출
올해 들어 미국의 금리 인상 우려로 한국을 비롯한 주요 아시아 신흥국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이 동반 유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국채금리가 급등하며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에 가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시리아 사태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으로 물가 상승이 빨라질 우려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 때문에 '신흥국 6월 위기설'까지 불거졌지만 최근 발표된 미국 물가지표가 예상을 밑돌면서 이런 우려는 다소 누그러지는 분위기다.

15일 유안타증권을 비롯한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국채금리가 급등세를 보이며 금리 인상 우려가 고조됐던 지난 2월 이후 최근까지 한국, 대만,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파키스탄 등 아시아 주요 신흥국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이 유출됐다.

한국은 2월부터 이달(11일 기준)까지 4개월 연속 자금이 빠져나가 49억4천200만 달러의 순매도를 보였다.

같은 기간 대만에서는 외국인 순매도 규모가 90억9천330만 달러에 달했고 인도네시아(28억3천160만 달러), 태국(28억410만 달러), 필리핀(8억7천740만 달러), 파키스탄(8천50만 달러)에서도 각각 매도 우위 기조가 나타났다.

인도는 3월에 외국인이 순매수를 보였지만 나머지 기간에는 모두 매도 우위로 2월부터 이달까지 11억9천390만 달러어치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중국에서도 24억8천220만 달러의 매도 우위였다.

남미의 대표적 신흥국인 브라질도 4월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외국인들이 매도 우위를 보여 같은 기간 23억1천580만 달러의 순매도가 이뤄졌다.

이처럼 주요 신흥국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간 것은 미국 연준이 금리 인상에 더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 2월 미국 장기 국채금리가 3%에 육박하며 애초 올해 3회로 예상됐던 연준의 금리 인상 횟수가 4회로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이 실렸다.

또 4월에는 미국 국채금리가 3%를 넘으며 다시 한 번 더 급등세를 보이자 신흥국 금융시장에 충격을 줬다.

시리아 사태로 중동 정세 불안이 커져 국제유가가 급등하자 이는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퍼진 점도 금리 인상 우려를 부추겼다.
美금리인상 우려로 신흥국서 외국인 자금 동반 유출
민병규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해 2월과 4월은 미국 국채금리가 급등하고 국제유가 상승과 달러 강세 우려가 컸던 시기"라며 "시장에서는 연준의 금리 인상이 올해 3차례에서 4차례로 늘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신흥국에서 자금이 빠져나가자 연준이 실제로 6월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경우 신흥국 경제위기가 도래할 수 있다는 위기설도 불거졌다.

그러나 최근 미국 물가 상승이 가파르지 않다는 안도감에 금리 인상의 속도 조절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6월 위기설은 다소 힘이 빠지는 모양새다.

미국 노동부가 11일(현지시간) 발표한 4월 수입물가는 전월보다 0.3% 오르는 데 그쳐 시장 예상치(0.6%)를 크게 밑돌았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달러 강세가 두드러지고 일부 신흥국 금융시장 불안이 가중되면서 우려 목소리가 높지만, 과거 사례와 비교해 신흥국의 달러 부채 구조는 그리 걱정할 수준이 아니다"라며 "신흥국 위기 확산은 기우에 불과하다"고 진단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