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
전셋값 하락으로 역전세 우려가 고개를 들면서 '전세보증보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집주인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도 가입할 수 있고, 전세금을 돌려받기 어려운 경우 법적 분쟁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꼽힌다.

6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해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가입 가구는 4만3918가구, 가입금액은 9조493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가구와 가입금액이 모두 2배씩 증가했다.

전세보증보험 수요는 올해 들어 더욱 급증하고 있다. 올해 1분기(1~3월) 가입 가구는 1만8516가구, 가입금액은 4조843억원으로 불과 석 달 만에 지난 한해 실적을 40% 넘게 달성했다.

전세가격이 하락하면서 역전세를 우려한 보험 가입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분기 국내 전세 가격은 입주물량 폭탄에 하락했다. 서울은 전기 대비 0.3% 올랐지만 경기·인천을 포함한 수도권 전체로는 -0.3%를 기록했다. 수도권 전세가격 하락은 2012년 3분기(-0.1%) 이래 약 5년 반 만이다.

2분기 들어서도 전셋값 내림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4월 주택가격 동향 통계를 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달 대비 0.20% 떨어지며 3월(-0.08%)에 이어 두 달 연속 하락했다. 수도권 전체의 전셋값도 0.22% 지방도 0.12% 떨어졌다.

전셋값 하락과 더불어 보험 가입 절차가 간편해진 점 또한 인기 요인이다. 올해 2월부터 집주인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도 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됐고, 보증 가입 대상 한도액도 수도권은 7억원, 비수도권은 5억원으로 늘었다.

전세보증보험은 신규 전세계약의 경우 잔금지급일과 전입신고일 중 늦은 날부터 전세계약 기간의 2분의 1이 경과하기 전까지 가입할 수 있다. 전세계약 갱신 시에는 계약기간 만료일 이전 1개월부터 갱신 전세계약 기간의 2분의 1 경과 전까지 가입 가능하다.

보험료는 연간 아파트 0.128%, 다세대·주거용 오피스텔 등 아파트 외 주택은 0.154%이다. 전세금 1억원의 오피스텔이라면 연 15만4000원, 한 달에 1만2800원 가량을 내면 된다.

부부 합산 소득이 4000만원 이하거나, 아이 셋 이상의 다자녀 가족, 장애인 또는 노인 부양 가구, 한부모가족 등은 사회배려계층 할인대상에 포함돼 보험료의 40%를 할인받을 수 있다. 인터넷보증 이용 시에도 3%가 할인된다.

HUG 외에도 SGI서울보증에서도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SGI서울보증의 상품은 보험료가 HUG보다 비싸지만, 보증 가입 대상 한도액에 제한이 없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전세보증보험의 가입 필요성이 더 커질 것으로 봤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전국 아파트 매매가와 전세가가 모두 하락세를 그리면서 실제로 전세가가 매매가를 웃도는 '깡통전세'들이 늘고 있다"며 "혹시 일어날 법적 분쟁에 대비하기 위해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해둘 것"을 권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