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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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32조원 규모에 달하는 서울시 금고 관리를 맡을 은행이 오늘 결정된다. 104년간 서울시금고 운영을 독점해 왔던 우리은행이 또 한 번의 수성을 노리는 가운데 KB국민은행과 KEB하나은행, 신한은행, NH농협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들이 모두 도전장을 던졌다.

시중은행들이 서울시금고 쟁탈전에 뛰어든 이유는 '최대 지자체 금고지기'라는 명예와 함께 서울시의 세입과 세출을 맡아 수익을 낼 수 있어서다. 또 25개 자치구 금고의 운영권 확보에도 유리한데다 1만8000명이 넘는 서울시 공무원들과 그 가족들을 잠재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어 탐날 수 밖에 없는 자리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이날 오전 '서울특별시 금고지정 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시금고 관리 은행 선정을 위한 심사에 들어갔다.

서울시는 역사상 처음으로 30조원 규모의 일반·특별회계예산 관리를 맡는 1금고와 2조원 규모의 기금 관리를 맡을 2금고를 나눠 뽑는다.

우리은행과 국민은행, 신한은행은 1·2금고에 모두 지원, 양 쪽 모두에서 최고점을 받을 경우 시금고 운영을 독점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하나은행과 농협은행은 2금고에만 지원서를 냈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역시 '수성'을 노리는 우리은행이다.

우리은행은 일제강점기인 1915년 조선경성은행 시절부터 서울시(당시 경성부) 금고를 운영해 왔다. 지난 1999년 수의계약 방식이 문제가 되면서 공개경쟁 입찰 방식으로 전환했지만 이후에도 우리은행의 아성은 단단했다.

우리은행은 104년간 서울시 금고를 큰 문제 없이 운영해 왔던 관리 능력이 높은 점수를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시금고 선정 기준에서 금고업무 관리능력(25점)의 배점이 높은 만큼 경쟁 은행들에 비해 한 발 앞서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한은행은 이번이 세 번째 도전이다. 서울시금고 유치를 위해 6개월 전부터 금고유치TF를 구성하는 등 각오가 남다르다. 앞서 경찰공무원 대출사업권(→KB), 국민연금공단 주거래은행(→우리)을 잇따라 내준 아픔을 서울시금고 탈환으로 만회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민은행도 허인 행장이 연초부터 "금고 사업자 선정은 무한한 영광이며 복수입찰이 가능할 경우 적극적으로 뛰어들 생각"이라고 밝히는 등 일찌감치 도전 의사표시를 해왔다.

농협은행과 하나은행은 '실리파'다. 1금고를 우리은행에게서 뺏는 것이 어렵다고 보고 상대적으로 가능성이 높은 2금고를 차지하겠다는 것이다.

우선 우리은행 104년 독점 체제에 균열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서울시가 처음으로 복수 시금고 입찰을 시도하는 만큼 1·2금고 모두 우리은행을 선정하는 데 부담을 느낄 것이라는 분석도 하나와 농협의 '2금고 올인' 전략에 힘을 보탰다.

은행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지난 2014년 1400억원 수준이었던 출연금 규모도 크게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1금고에 지원한 은행들은 2000억원이 넘는 출연금을 써 냈고 3000억원을 제시한 은행이 있다는 말도 나온다.

최종 시금고 선정 결과는 이날 오후 늦게 나올 전망이다. 지난 2014년 시금고지정 심의위원회는 오후 9시께 결과가 나왔다.

서울시 측은 "올해는 복수금고제가 처음으로 도입됨에 따라 종료 시점이 더 지연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에 선정된 은행은 내년 1월 1일부터 2022년 12월 31일까지 4년간 서울시 금고의 운영을 맡게 된다.

김아름 한경닷컴 기자 armij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