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관적인 손실액 가늠 어려워…일부 "2천500억 손실" 추정도
엘리엇 삼성물산에 얼마나 손해 봤나…증권가 설왕설래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한국 정부 개입으로 손해를 봤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약 3년 전 엘리엇의 삼성물산 주식 투자로 인한 손익은 객관적으로 드러난 게 없다.

무엇보다 2015년 합병 당시 엘리엇이 보유했던 삼성물산 지분의 매입 가격에 대한 정보가 별로 공개돼있지 않기 때문이다.

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엘리엇은 2015년 삼성물산 지분을 매집하는 과정에서 파생금융 상품인 총수익스와프(TRS)를 활용하면서 지분을 몰래 늘렸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주주는 5일 이내에 보유 현황을 공시하도록 한 '5% 룰'을 위반한 혐의로 이듬해 2월 이를 검찰에 통보했지만 아직도 검찰 조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엘리엇 스스로도 얼마나 손해를 봤는지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는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당시 엘리엇의 정확한 투자 손실 규모를 알기는 어렵다는 게 대부분 증권가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형증권사의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공개된 정보만으로 엘리엇이 주장하는 손해액을 정확히 산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당시 엘리엇이 동조 세력 규합에 실패해 합병 결의안이 주총을 통과하자 마지못해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보유 지분을 판 정황을 볼 때 일부 손실 가능성은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015년 7월 17일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안이 가결되기 직전 엘리엇이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은 7.12%였다.

당시 엘리엇은 외국인 주주 중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했다.

엘리엇은 합병 반대 세력 규합이 무위에 그치자 같은 해 8월 6일 보유 지분 7.12% 중 4.95%를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통해 처분했다.

당시 엘리엇 측은 "합병안이 불공정하고 불법적이라는 기존 입장의 연장선에서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증권가 일각에서는 합병 결의 주총 전날 종가와 엘리엇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한 전날 종가를 기준으로 엘리엇의 보유지분 평가액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손실을 추정하기도 한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보유지분 평가액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대강의 손해액은 추정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015년 7월 16일 종가 기준 엘리엇의 삼성물산 보유 지분(지분율 7.12%) 평가액은 1조8천647억원이고 같은 해 8월 5일 종가 기준 평가액은 1조6천148억원이다.

합병 결의 후 13거래일 만에 2천500억원 가까이 준 것이다.

그러나 대형 자산운용사의 한 펀드매니저는 "이는 실현손과 평가손이 섞여 있어 정확한 손실액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엘리엇은 지난달 13일 법무부에 중재의향서를 제출했다.

이는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 전 단계로, 투자자가 상대 정부를 제소하기 전 소송 대신 협상 의사가 있는지 타진하는 절차다.

이와 관련, 엘리엇은 "한국 정부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부당하게 개입해서 발생한 손해 배상과 관련해 한국 정부를 상대로 협상을 요청했다"고 전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