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 ‘작심’ 대표
강남구 ‘작심’ 대표
몇 년 전까지 독서실 프랜차이즈는 ‘토즈’가 장악하고 있었다. 전국에 매장이 300개가 넘었다. 특별한 경쟁자도 없었다. 2016년 6월 충북 청주에 ‘작심(ZAKSIM)’이란 독서실이 등장했다. 작심이 토즈의 경쟁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작심은 지난해에만 매장을 100개 이상 늘리며 ‘전국구’로 성장했다. 현재 매장 수는 160개. 토즈를 위협하는 속도다. 커피전문점 이디야를 벤치마킹했다는 고졸 청년이 세운 ‘작심’이 독서실 시장을 흔들고 있다.

청바지 판매로 사업 시작

경기 안양에 살던 강남구라는 고등학생은 구제(중고) 청바지가 입고 싶었다. 안양 시내를 돌아다녔지만 파는 데가 없었다. 어느 날 서울 동대문을 갔다. 구제가 널려 있었다. 자신과 비슷한 친구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해 장사를 해보기로 결심했다.

동대문에서 2만원에 사와 자신의 미니홈페이지를 통해 4만원에 팔았다. 6개월 만에 1000만원어치가 팔렸다. 그는 “장사의 맛을 알았다. 굳이 대학에 갈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된 계기였다”고 했다. 대학은 ‘배짱 지원’을 하고 떨어졌다. 사업을 하겠다고 하니 부모도 말리지 않았다. 고등학교 졸업 후 사촌형과 함께 광고가 담긴 A4용지를 무료로 공급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비슷한 사업을 하던 서울대생들과 회사를 합쳐 사업을 키우려 했지만 실패했다. 광고단가가 낮아 수익성이 없었다.

다른 사업거리를 찾다가 신현성 티켓몬스터 대표를 만났다. 3년가량 티몬에 근무했다. 하지만 티몬은 사업을 하겠다는 강씨의 의지를 꺾지 못했다. 2013년 10월 티몬을 그만두고 다시 창업했다. ‘아이엔지스토리’란 회사였다. 10대 청소년들과 다양한 직업인을 연결해주는 진로교육으로 시작했다. ‘강 대표’가 됐다.
청바지 팔던 고졸 청년의 작심… '독서실 시장'을 뒤흔들다
지방공략, 가맹점과의 상생, 디자인

강 대표는 어느 날 ‘청소년들이 전문직 등 여러 직업을 이해한 뒤 공부하겠다고 결심하면 어디서 공부할까’라는 의문이 생겼다. 시장 조사를 해봤다. 토즈라는 업체가 전국적으로 독서실을 운영하고 있고, 다른 독서실은 대부분 개인이 하고 있었다. 곧장 독서실 시장에 뛰어들었다.

첫 번째 전략은 지방 공략이었다. 그는 “티몬에서 영업을 하면서 지방의 구매력이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고 했다. 청주시 용암동에 1호점을 내며 지방 수요를 공략했다. 서울 신촌에 1호점을 낸 토즈와 다른 점이다.

다음은 이디야를 벤치마킹했다. 가맹점주와의 상생 전략이었다. 초기 투자비용을 낮추고, 가맹점주가 공동투자를 원하면 반반 부담했다. 경쟁사에 비해 평당 인테리어 비용도 60% 수준으로 낮췄다.

청바지 팔던 고졸 청년의 작심… '독서실 시장'을 뒤흔들다
강 대표는 “매월 매출에 비례해 로열티(가맹수수료)를 받지 않고 월정액 30만원만 받는 것도 이디야 방식”이라고 했다. 초기 투자비용은 적고, 가져가는 돈은 많다는 입소문에 마케팅을 하지 않았는데도 빠른 속도로 가맹점이 증가했다. 2년이 채 안 돼 가맹점은 전국에 160개로 늘었다.

디자인도 달랐다. 강 대표는 “최고의 공부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영국 옥스퍼드대의 보들리안 도서관을 모티브로 삼았다”고 했다. 600년 된 도서관의 클래식한 디자인을 반영한 것이다. 학생은 물론 독서실 환경을 중시하는 학부모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청년과 함께 성장하는 기업

아이엔지스토리는 최근 한국투자파트너스 등으로부터 55억원을 투자받았다. 이 돈으로 직영점을 늘릴 예정이다. 직영점과 가맹점을 함께 늘린 프랜차이즈가 꾸준히 성장하는 것을 보고 내린 결론이다. 독서실을 교육공간으로 바꿀 계획도 하고 있다. 독서실 자리마다 태블릿을 설치해 인터넷 강의를 볼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작심은 서울 명지대 인근에 원룸 건물 2개 동을 짓는 ‘작심 리브’ 공사를 곧 시작한다. 작심 브랜드로 셰어하우스(공동 주거시설)와 고시원 등도 준비할 계획이다. 그는 “청년들과 함께 성장하는 기업을 만들고 싶다”고 했다. 독서실 원룸 공유오피스 사업 등으로 확장해 ‘진로-진학-취업-창업’의 전 과정을 작심이 함께한다는 구상이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