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의 쉐보레 전시장.  한국GM은 올들어 내수 판매가 반토막 나자 지난 3월에 이어 4월에도 '쉐비 프로미스' 판촉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사진=김정훈 기자)
서울 강북의 쉐보레 전시장. 한국GM은 올들어 내수 판매가 반토막 나자 지난 3월에 이어 4월에도 '쉐비 프로미스' 판촉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사진=김정훈 기자)
한국GM이 부평2공장 가동률 하락에 고심하고 있다. 주력 승용차 말리부의 부진으로 경영정상화까지 난관이 예상된다. 말리부 영업력을 회복하는 게 시급해졌다.

29일 금속노조 한국GM지부 및 업계에 따르면 한국GM 부평2공장은 최근 가동률이 50% 이하로 떨어졌다. 지난해 완성차 수출 1위 차종인 트랙스를 조립하는 부평1공장과 달리 2공장은 말리부 주문 감소로 쉬는 날이 많아졌다. 최근 노동조합 관계자는 "2공장은 이틀에 하루 꼴로 가동되고 있어 신차 투입이 급하다"고 했다.

연간 18만대 생산 능력을 갖춘 부평2공장은 말리부와 캡티바를 생산하고 있다. 캡티바 후속 모델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이쿼녹스가 국내 생산이 아닌 미국산으로 결정되면서 캡티바는 단종된다. 캡티바가 빠지면 2공장은 말리부 1개 차종만 가동해야 하는 상황이다.

제너럴모터스(GM)와 우리 정부가 한국GM의 정상화를 위해 향후 10년간 70억5000만달러(7조6100억원)를 투자하기로 약속한 조건부 합의안을 보면 GM 본사는 2019년 말 부평공장에 트랙스 후속 신차를, 창원공장은 2022년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을 각각 배정하기로 돼 있다. 다만 2공장은 구체적인 신차 확약을 받지 못했다.

노사 자구안 합의 이전 임한택 지부장은 "승용2공장 계획에 대해 2022년까지 말리부만 있고 그 이후는 없다"며 여기에 대한 향후 운영 방안을 사측에 요구했다. 하지만 경영진은 "말리부 판촉 대안을 찾겠다"는 말로 대신했다.

한국GM의 주력 세단 말리부는 2016년 신형 모델로 교체된 이후로 국내 판매량이 하락세다.  (단위/대, 자료 출처/한국GM)
한국GM의 주력 세단 말리부는 2016년 신형 모델로 교체된 이후로 국내 판매량이 하락세다. (단위/대, 자료 출처/한국GM)
말리부가 신형 모델로 교체된 2016년 2공장의 생산 물량은 7만7000여 대였다. 이후 한국GM 철수설이 불거진 지난해 6만4289대로 줄었다가 올 들어선 생산량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말리부는 올 1분기 내수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66% 급감한 3546대에 그쳤다. 앞으로 공장 가동률 하락이 우려된다.

업계 정통한 관계자는 "한국GM에 7조원이 투입되면 GM 본사에선 공장 가동률을 높이려 할 것"이라며 "당장 움직이진 않겠으나 가동률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추가로 희망퇴직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부평1·2공장은 지난해 한국GM 전체 생산량 50만대 중 33만대를 책임졌다. 비용절감을 추진하는 한국GM은 내년 생산계획을 37만대로 줄여 잡았다. 수출 전략 신차 물량을 받아내기 전까지 쉐보레 자동차가 내수 시장에서 고전하면 적자 폭 축소가 예상보다 늦어질 수도 있다.

한국GM은 경영정상화 과정에서 소비자 신뢰를 되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당장 2공장 가동률이 더 떨어지지 않도록 말리부 판촉을 강화해야 한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업은 이익을 내는 게 우선인데 적자 상태가 길어지면 언제든지 플랜B는 가동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정훈 한경닷컴 기자 lenn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