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할 것인가 vs 이용할 것인가'

지난 2016년 자동차 공유기업 리프트를 창업한 존 짐머는 향후 10년 이내에 자동차를 소유하는 시대가 끝날 것이며 그 종착역은 자율주행 시대라고 언급했다. 그의 예언(?)대로 자율주행 기술이 빠르게 진전되면서 사람의 운전이 필요 없는 시대를 향해 가고 있다.

그런데 인간이 이동 과정에서 운전하지 않는 것은 이용의 편리함일 뿐 자율주행이 자동차 소유욕을 억제할 것인가를 물어본다면 이는 다른 관점에서 해석될 수 있다. 존 짐머는 공유 기업 창업자여서 이동수단을 이용할 때 비용과 편익을 고려했지만 자동차 자체를 소유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여서다. 같은 자율주행이라도 롤스로이스와 모닝을 각각 소유하는 것은 인간의 소유욕이라는 본능적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얘기다.

[하이빔]자동차 소유욕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최근 미국자동차딜러협회(NADA)가 지난달 끝난 뉴욕모터쇼를 통해 진행한 설문 결과는 자동차 소유와 이용을 구분 짓는 소비자가 적지 않음을 보여 준 사례로 꼽힌다. 결론부터 언급하면 독점적 공유와 개인 소유 가운데 어떤 것을 더 선호하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89%가 ‘소유’를 원했기 때문이다. 특히 조사에 참여한 대상이 이미 공유 서비스를 많이 이용 중인 20~30대 밀레니얼 세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주목할 만한 결과라는 게 협회측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즉시 이동이 가능한 자유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가치라는 점도 강조했다. 이용 시간과 장소가 제한되는 모빌리티 서비스가 발전해도 개인의 소유욕을 완전 대체하지는 못할 것이란 시각이다.

공유 경제가 자동차 소유욕을 억제하지 못할 것이란 분석의 배경에는 자동차가 이동 수단이자 또 하나의 공간이라는 점 때문이다.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교수는 <남자의 물건>이라는 책에서 남성에게 있어 공간은 정복의 대상이며, 공간이 확보되면 성(城)을 쌓는다고 설명한다. 자동차라는 공간을 지배하면 외형적으로 힘을 과시하게 위해 대형 고급차를 사는 경향을 의미한다. 또한 미국의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는 <심리학의 원리>에서 사람은 자신이 소유한 모든 것을 통해 ‘내가 이런 사람이야’라는 메시지를 드러내려는 욕망이 있다고 말한다. 결국 소유한 물건 자체가 곧 자아를 표현하는 수단이라는 의미다.

이런 점에서 자동차 공유가 활성화돼도 구매력이 떨어질 가능성은 별로 높지 않다. 다만 이용의 편리함이 발전하면 소유한 자동차를 운행하는 시간이 줄어 보유 기간이 늘어나고, 이는 곧 새 차로 바꾸는 시간이 연장될 수 있다. 공유 경제가 자동차 구매력을 떨어뜨리는 게 아니라 주행거리 축소가 소유 기간을 늘린다는 뜻이다.

[하이빔]자동차 소유욕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최근 미국 내 자동차업계에가 주목하는 것은 일정 기간 돈을 내고 여러 차종을 경험할 수 있는 서브 스크립션 서비스다. 서브 스크립션(Subscription) 서비스는 이용 요금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대부분의 자동차회사가 연간 이용 금액을 내면 여러 차종을 일정 기간 동안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한다. 미국 소비자 만족도 조사 회사인 JD파워와 액시옴(Acxiom) 설문에 따르면 글로벌 소비자 가운데 59%가 이른바 약정 서비스에 대해 긍정 반응을 나타냈고, 이 가운데 78%가 1995년 이후 태어난 'Z' 세대였다. 다시 말해 젊은 층일수록 이용과 소유를 동시에 누리려는 욕망이 강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서브 스크립션 서비스의 궁극적 목표도 결국은 소유욕의 자극이다. 소비자는 이용 가치에 초점을 둔 유사 구매 행위지만 자동차회사는 제품 경험을 제공한 뒤 실제 구매로 연결되기를 바라고 있어서다. 결국 어떤 용도로든 자동차를 체험시키는 모든 행위가 결국은 판매 행위의 연장선이라는 뜻이다.

권용주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