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원이 3억원으로… 신생 가상화폐 거래소서 '중복 출금' 사고
영업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은 국내 신생 가상화폐거래소에서 출금 오류가 발생해 시장이 혼란에 빠졌다. 가상화폐 거래자들이 해당 거래소에서 빼낸 수십억원어치 가상화폐를 다른 거래소로 옮기자 업비트에서는 출금 제한 조치까지 내렸다.

가상화폐거래소 캐셔레스트에서 20일 오전 내내 회원들이 보유한 가상화폐가 최대 5회까지 중복 출금되는 오류가 일어났다. 이 거래소는 지난달 21일 문을 열었다. 이 업체의 한 회원은 “가상화폐 ‘펀디엑스’ 1억원어치를 다른 거래소에 보내려고 출금했는데, 세 배인 총 3억원어치가 출금됐다”고 가상화폐 커뮤니티에 ‘인증글’을 올렸다.

이렇게 빠져나간 가상화폐는 업비트 빗썸 등 국내 거래소와 바이낸스 비트렉스 등 해외 거래소에 대량 전송됐다. 가상화폐업계 관계자는 “인터넷에서 다중 출금과 관련한 소문이 돌면서 회원들이 앞다퉈 출금에 나섰다”며 “피해 규모가 수십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일부 거래소는 조치에 나섰다. 업비트는 이날 낮 12시40분께 캐셔레스트에서 흘러들어온 가상화폐의 원화 출금을 정지했다. 업비트 관계자는 “캐셔레스트에서 다중 출금된 가상화폐가 업비트로 전송되고 있는 점을 자체 이상거래 확인 시스템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캐셔레스트는 오후 1시30분께 오류를 확인하고 모든 가상화폐 출금을 정지했다. 이 거래소는 공지를 통해 “이번 오류로 본인의 잔액보다 더 많은 코인을 옮긴 고객은 오늘 밤 12시까지 거래소 전자지갑으로 해당 수량의 코인을 전송해 달라”며 “반환하지 않을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묻고, 늦어지는 기간만큼 이자에 대한 손해배상도 청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가상화폐업계에서는 이번 사고로 거래소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또 한 번 실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 가상화폐거래소 관계자는 “오류로 인해 비트코인 21억 개를 0엔에 매도한 일본 거래소 자이프와 비슷한 사례”라며 “이 같은 사건들이 계속되면서 가상화폐거래소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계속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