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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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이 끊임없이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지난해 채용비리 사태를 시작으로 행장 사퇴·인공기 달력 사건 등이 벌어지더니 올해에는 차세대 전산시스템 도입 연기, 김기식 전 금감원장의 외유성 출장 의혹 제기 등의 문제가 연달아 터졌다. 최근 6개월 동안 받은 압수수색만 4차례다.

1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지난 13일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의 해외출장비를 지원했다는 의혹에 검찰 압수수색을 받았다. 지난해 11월 채용비리와 관련된 3차례의 압수수색에 이어 5개월 만에 검찰이 '재방문'한 것이다.

우리은행은 김기식 전 원장이 19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이던 2015년 다녀온 중국·인도 2박4일 출장 경비를 지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유성 출장 의혹과 함께 5000만원 셀프 기부에 발목 잡힌 김 전 원장은 결국 임명된지 18일만에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나 김 전 원장의 사퇴에도 검찰은 수사를 계속 이어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후폭풍이 예상된다. 전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김 전 원장이 피감기관의 비용부담으로 해외출장을 다녀온 것에 대해 '정치자금 수수 소지가 있다'고 결론내렸다.

채용비리 이슈가 다소 잠잠해지며 한숨 돌렸던 우리은행은 적잖이 당황하는 기색이다. 올해 가장 중요한 사업 중 하나인 서울시금고 입찰전과 차세대 전산시스템 도입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상황에서 예상 밖의 사건이 터졌기 때문이다.

앞서 서울시는 100년간 우리은행이 독점해 왔던 시금고 운영을 복수금고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물론 우리은행이 가장 유력한 후보이고 1·2 금고 모두 우리은행이 차지할 가능성도 있지만 잇따른 불상사에 만약의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차세대 전산시스템 도입 역시 이미 지난 설 연휴 때 도입이 예정됐었지만 준비 부족으로 3개월여가 연기됐다. 만약 이번에도 예상치 못한 문제가 생긴다면 우리은행의 기술력과 이미지에 큰 타격이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손태승 행장 부임 이후 반 년만에 떠들썩한 사건들이 터지면서, 올해 마무리될 것으로 여겨졌던 지주사 전환 역시 해를 넘길 가능성이 높아졌다.

손 행장은 지난해 11월 행장 내정 이후 종합금융그룹으로의 길을 역설하며 '지주사 전환'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우리은행을 둘러싼 문제 중 상당수가 자체 해결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채용비리 사태는 검찰의 손으로 넘어갔고 김기식 원장 문제는 정치권 이슈에 가깝다. 호실적에도 주가가 회복되지 않는 것 역시 이런 외부 요인의 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

우리은행은 전날 200원(-1.32%) 내린 1만4950원에 장을 마감했다. 손 행장이 3월 이후 5억여원을 들여 주식 매입에 나섰지만 여전히 1만5000원선을 밑도는 데 그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선 우리은행의 지주사 전환 작업이 올 하반기에나 재추진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지주사 전환 작업에 통상 6개월 정도가 걸리는 만큼, 올해 안에 지주사 전환을 마무리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6~7월 중 지주사 전환을 재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배당 과세 문제가 있어 10~12월 중에는 지주사 전환을 완료하기 어려워 내년 초 완료를 목표로 전환 작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봤다.

다만 증시 전문가들은 우리은행의 주가 전망을 나쁘게만 보지는 않고 있다. 우리은행을 둘러싼 실적 외 이슈들이 해결 기미가 보이기 시작하면 주가가 본격적인 우상향 흐름을 탈 것이라는 판단이다.

실적 개선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지주사 전환 이후 출자 여력을 감안하면 현재의 저평가 국면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조언이다.

박진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우리은행의 현재 주가는 절대적·상대적 저평가 수준"이라며 "지난해 하반기 이후 부진을 가져온 지배구조 불확실성·규제강화 우려·지주전환 지연 등의 문제는 개선의 실마리가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아름 한경닷컴 기자 armij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