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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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제조 기업들이 빠르게 변신하고 있다. 기존 제품에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을 적용해 소비자의 편의성을 끌어올리는 수준에서 한발 더 나아가 커넥티드카, 로봇 등 사업 포트폴리오 자체도 변화시키고 있다. 현실에 안주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감 아래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인수합병(M&A)에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커넥티드카·로봇 등… 새 먹거리 '공격 투자'… 한 발 빨라진 대기업 경영
◆소비자 편익 극대화

삼성전자는 AI 기술 개발 과정에서 ‘소비자 중심’을 핵심 가치로 내걸고 있다. AI를 통해 여러 기기와 서비스를 접목하면 인간이 생각하고 소통하는 방식의 인터페이스를 구축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먼저 AI 플랫폼 ‘빅스비’를 2020년까지 삼성전자의 모든 스마트기기에 적용해 대중화를 선도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냉장고, 에어컨, 세탁기, TV 등 다양한 제품에 빅스비를 적용하고 있다.

LG전자도 AI 플랫폼 ‘딥씽큐’를 통해 고객의 생활 패턴 및 주변 환경을 학습, 스스로 작동하는 딥러닝 기반의 생활가전을 선보이고 있다. 올해는 OLED TV, 냉장고, 세탁기 등 주력 제품에 AI 기능을 탑재할 예정이다. 로봇 연구도 확대하고 있다. 올해 초 로봇 제품을 총칭하는 브랜드 ‘클로이(CLOi)’를 선보이고 서빙 로봇, 포터 로봇, 쇼핑카트 로봇 등 신규 로봇 3종을 공개하는 등 제품군을 다양화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커넥티드카와 자율주행자동차를 개발하고 있다. 커넥티드카와 자율주행차가 완전 상용화되면 IoT 기술을 바탕으로 스마트폰과 집, 사무실, 도로망 시스템 등이 모두 연계된다. 수시로 도로와 주변 차량의 상황을 파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기술을 활용해 환경 문제도 해결한다. 현대차가 지난달 양산을 시작한 수소연료전기자동차(FCEV) 넥쏘가 대표적이다. 수소전기차는 외부의 오염된 공기를 정화시키는 공기청정 기능을 가지고 있어 ‘궁극의 친환경차’라고 불린다. 현대차에 따르면 넥쏘를 한 시간 운행할 경우 공기 26.9㎏이 정화된다. 성인 42.6명이 한 시간 동안 호흡할 수 있는 양이다.

◆‘생태계’ 구축하는 기업들

SK텔레콤은 이런 모든 기술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하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부터 2019년까지 4차 산업혁명을 위한 새로운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 조성에 5조원, 5세대(5G) 이동통신 등 미래형 네트워크에 6조원 등 총 11조원을 투자한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의 고속도로가 될 5G 통신 상용화에 앞장서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 분야를 선점하기 위해 글로벌 협력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엔비디아와 함께 자율주행 기술의 기반이 될 HD T맵을 개발하고 있다. 올 1월에는 글로벌 초정밀 지도 기업 히어와 기술협약을 맺고 자율주행 및 스마트시티 공동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도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판’을 깐 주역 중 하나로 꼽힌다. 낸드플래시와 D램 사업을 총괄하는 메모리 사업부는 올해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가 확대되고 모바일 기기 용량이 늘어나면서 고성능·고용량 제품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평택 단지를 중심으로 낸드플래시 공급을 확대하는 한편 최신형인 5세대 V낸드를 적기에 개발·양산하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D램은 10나노급 공정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확대하는 등 독보적인 글로벌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공격적 투자 잇따라

공격적인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AI, 빅데이터, IoT를 잘 활용하면 기존 산업의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기회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대규모 인수합병(M&A)을 통해 신기술 확보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2016년 자동차 전장사업 진출을 위해 하만을 인수한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3억달러 규모의 ‘오토모티브 혁신 펀드’를 조성했다. 스마트 센서, 머신 비전, AI, 커넥티비티 솔루션, 보안 등 자율주행과 커넥티드카 분야의 기술 확보를 목표로 한다. 이 펀드는 첫 번째로 자율주행 플랫폼과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의 글로벌 리더인 TTTech에 약 1000억원을 투자했다.

SK(주)는 지난해 미국의 개인 간(P2P) 카셰어링 1위 업체 투로에 투자하며 글로벌 카셰어링 사업에 나섰다. 지난 1월 말레이시아에서 쏘카와 합작해 ‘쏘카 말레이시아’ 출범식을 열고 현지 최대 규모 카셰어링 서비스를 시작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