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량 감소·정부 매입량 확대로 쌀값 작년보다 33% 상승
쌀 생산조정제 신청 저조 등 수확기 가격폭락 되풀이 우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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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 오창읍의 김모(60)씨는 모내기를 한 달가량 앞둔 논을 바라보면 만감이 교차한다.

매년 봄만 되면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는 쌀값을 보면서 언제까지 논농사를 지어야 할지 고민했다.

올해는 산지 쌀값이 큰 폭으로 올라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농사를 짓기 전부터 수지 타산이 걱정되는 것은 예년과 다름이 없다.

최근 쌀값이 급상승했지만 2014년 수준에 불과할 뿐 아니라 이마저도 언제까지 유지될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언제 떨어질지 몰라" 쌀값 급등에도 영농철 농민 '근심'
김씨는 "그동안 쌀값이 계속 떨어지기만 해 수입이 줄었을 뿐 아니라 평생 업으로 삼아왔던 논농사가 무시를 당하는 것 같아 착잡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행히 최근 쌀값이 몇 년 전 수준으로 회복됐지만, 올가을에도 이런 가격이 유지될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아무리 풍년 농사를 지어도 쌀값이 떨어지면 그만인데…"라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산지 쌀값은 지난해부터 상승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5일 기준 산지 쌀값(80㎏ 기준)은 17만1천376원이다.

작년 이맘때 12만7천952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33.9%가 오른 것이다.

2013년 8월 17만6천903원을 기록한 이후 계속 떨어져 지난해 6월 12만6천원을 찍은 뒤 오름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쌀이 대량 공급되는 가을철에도 가격이 내려가지 않았다.

작년은 최근 10년간 수확기에 쌀값이 하락하지 않은 유일 해로 기록됐다.

이런 현상은 쌀 생산량이 줄어든 데다 정부의 시장격리용 매입량 확대로 재고가 부족해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까지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쌀 생산량은 397만1천t으로 최근 몇 년간 생산량이 많았던 2015년(432만7천t)보다 8.3%가량이 줄었다.

전년(419만7천t)과 비교해도 22만6천t 감소한 것이다.
"언제 떨어질지 몰라" 쌀값 급등에도 영농철 농민 '근심'
정부는 지난해 2010년 이후 최대 규모의 쌀을 시장격리용으로 매입했다.

2010년 시장격리용이 8만6천t이었으나 지난해는 37만t에 달했다.

2016년(29만9천t)과 비교해도 7만t이 넘는 쌀을 더 매입한 것이다.

이에 따라 쌀 재고도 줄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월을 기준으로 농협의 쌀 재고가 전년보다 29.4%가 줄었고, 민간 미곡종합처리장(RPC)의 재고는 41.5%가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쌀값 하락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정부가 수급 조절을 위해 보관했던 공공비축비를 시장에 풀기 시작했다.

여기에 더해 쌀 공급량을 줄이기 위해 논에 벼 대신 다른 작물을 재배하면 지원금을 주는 쌀 생산조정제 신청 실적이 지난 6일까지 올해 목표(5만㏊)의 41.8%인 2만923㏊에 그치고 있다.

결국, 올가을에 또다시 쌀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게 되면 가격 하락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있다.

농정당국의 한 관계자는 "쌀 생산조정제 실적이 목표의 50% 수준에 그치면 15만t가량의 초과 공급물량이 발생할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며 "쌀값이 앞으로 어떤 수준에서 유지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