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중국 통상 갈등 심화하면 한국 중간재 수출 타격"

중국이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에 미국산 농산물을 겨냥한 보복관세로 맞서면서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미중 통상 갈등이 심화할 경우 양국과 깊은 교역관계로 엮인 우리나라는 중간재 수출 등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

중국 재정부는 국무원 비준을 거쳐 산하 관세세칙위원회가 2일부터 돼지고기와 과일 등 미국산 수입품 128개 품목에 대해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돼지고기를 비롯해 미국산 수입품 8개 품목에 대한 관세를 25% 인상하고 과일 등 120개 수입품에 대해서는 15%의 관세를 부과한다.

통상 전문가들은 중국의 이번 조치가 미국의 농산물을 겨냥한 것이라서 당장 우리 수출에 직간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으리라고 보고 있다.

또 수입량이 많은 대두(메주콩) 등 미국이 정말 민감하게 여길 품목이 포함되지 않은 점에 비춰 양국 통상 갈등이 아직 무역전쟁 수준까지 전개되지 않았다는 평가이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중국이 전면전으로 가기보다 미국과 절충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신중한 행보를 취하는 느낌"이라며 "하지만 확전이 되면 전체적으로 보호무역주의로 갈 수밖에 없고 그러면 우리나라가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이 중국의 농산물 관세에 대중 무역제재로 반격하고 중국이 재반격에 나서며 전면전으로 치달을 경우 중간에 끼인 우리나라가 피해를 볼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미국이 지난 22일 발표대로 '무역법 301조' 조사에 따라 500억∼600억 달러 상당의 중국산 수입품에 25% 고율 관세를 부과할 경우 우리나라의 중간재 수출이 피해를 볼 수 있다.

중간재는 철강, 자동차 부품, 화학 원료, 반도체 등 다른 완제품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부품과 자재 등으로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대중 수출에서 중간재 비중이 78.9%에 달했다.

무역법 301조 관세는 중국의 정보기술(IT)과 전자 제품을 겨냥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경우 우리의 대중 반도체 수출이 줄어들 우려가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양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면서 두 나라 수입과 세계 교역량 자체가 줄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미국과 중국 수출길이 막힌 상품이 자국에 덤핑될 것을 우려한 국가들이 서로 경쟁적으로 무역장벽을 세우면서 보호무역이 확산할 가능성도 있다.

이미 유럽연합(EU)은 미국 철강 관세의 반작용으로 대량의 철강재가 EU에 밀려들어올 것을 우려해 지난달 철강에 대한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조사를 시작했다.

중국, 미국, EU가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24.8%, 12.0%, 9.4% 등 총 46.2%로 이들 국가 간 통상 갈등이 발생할 경우 우리는 휘말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중국 보복관세로 '미중 전면전' 우려…"확전시 피해 불가피"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