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대한민국 먹여살리느라 수고많았다"…안건 모두 '박수 승인'
주총장 앞 항의 기자회견 "이재용 해임하라"


삼성전자가 23일 서울 서초사옥에서 개최한 제49기 정기 주주총회는 지난해 사상최대 실적을 평가하는 주주들의 응원이 쏟아지면서 일사천리로 안건이 처리됐다.

주총장 앞에서는 반도체 직업병 문제 해결을 요구하고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에 연루된 이재용 부회장의 해임을 주장하는 시위도 벌어지면서 안팎이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이날 주총에 상정된 ▲재무제표 승인 ▲이사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 발행주식 액면분할 등 4건은 모두 별다른 반대 토론이 없어 표결 대신 주주들의 박수로 '만장일치 승인'됐다.

사업 부문별 경영현황 설명, 감사보고에 이어 안건 처리와 주주 토론 등은 약 2시간만에 마무리됐다.

자신을 '관악산에서 내려온 산신령'이라고 밝혀 좌중의 웃음을 자아낸 한 주주는 "대한민국을 먹여 살리느라 고생 많았다"면서 "삼성을 비난하고 비아냥거리는 사람이 있지만 정말 고생했다"고 격려했다.

그는 다만 최순실 게이트 연루를 염두에 둔 듯 "내가 몇년 전부터 정경유착하지 말라고 했는데 앞으로는 그렇게 하지 말라"는 조언을 내놓기도 했다.

한 젊은 주주도 발언권을 신청해 "삼성전자가 국내에서도 강력한 기업이지만 세계적으로 대단한 기업"이라면서 "(인터넷) 주주 토론방에는 욕을 하는 사람도 많지만 힘내달라"고 당부했다.

이사 선임 안건에 대한 설명과 주주들의 발언이 이어지면서 회의가 길어지자 한 주주는 "어차피 '짜고 치는 고스톱' 아니냐. 반대할 사람이 누가 있느냐"면서 일괄 처리할 것을 요구했으나 사회권을 가진 권오현 회장은 절차 문제를 들어 이해해 줄 것을 당부했다.

주총은 오전 9시 시작됐으나 1시간 전부터 주주들이 몰리면서 준비된 좌석은 일찌감치 찼으며, 개의 이후에도 100여명이 밖에서 대기하기도 했다.

회사 관계자는 "액면분할에 따라 삼성전자 주식이 국민주로 거듭난다는 것을 실감하게 하는 장면"이라고 자평했다.
"힘내라", "책임 다하라"… 삼성전자 주총장 안팎 응원·항의
그러나 주총이 진행되는 동안 서초사옥 밖에서는 시민단체 회원 등이 대형 플래카드와 피켓을 들고 '최순실 게이트' 연루를 비판하고 백혈병 문제 해결 등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용 부회장을 모든 직위에서 해임할 것을 요구했으며, 최근 일각에서 의혹을 제기한 '광고를 통한 언론탄압' 등에 대해서도 비판하며 "삼성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라"고 촉구했다.

지난해 주총에서는 최순실 게이트 관련 검찰 수사, 갤럭시노트7 발화 사고 등에 대한 주주들의 항의가 이어졌으나 올해는 주총장 내에서 불만의 목소리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

다만 일부 주주들이 삼성전자의 제품 성능 등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며 '깨알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한 주주는 "프린터 잉크가 프린터 가격과 맞먹는데, 이건 소비자를 중시하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으며, 다른 주주는 "미국에서 판매되는 TV와 비슷한 규격의 한국내 TV의 가격 차이가 크다"고 지적했다.
"힘내라", "책임 다하라"… 삼성전자 주총장 안팎 응원·항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