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만 겨냥한 '타깃 입법' 쏟아내는 국회
'처분적 법률' 위헌 소지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2016년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은 일명 ‘삼성생명법’으로 불린다. 법이 통과됐을 때 규제를 당하는 보험회사가 삼성생명뿐이어서다. 이 개정안은 보험사가 계열사 주식이나 채권을 보유할 때 ‘시장가격’을 기준으로 총자산의 3%까지만 보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행법은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3%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했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8.19%는 30년 전 취득 가격으로 계산할 때는 문제가 없지만, 시가로 환산하면 기준을 초과하게 된다. 삼성전자 주가가 당시에 비해 수십 배나 올랐기 때문이다.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할 수밖에 없고, 이는 삼성그룹 전체의 지배구조를 뒤흔들게 된다.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높이기 위한다는 명분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삼성의 지배 구조 해체를 겨냥한 법안이라는 게 경제계의 시각이다.
또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삼성 총수’로 규정하기 위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독립적으로 사리를 분별하거나 경제활동을 하기 어려운 경우는 동일인(총수)이 될 수 없다는 내용이다. 사실상 의식 불명 상태로 경영에 관여하기 어려운 이건희 삼성 회장 대신 이재용 부회장을 동일인으로 올려 공정거래법상 규제를 받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 밖에 삼성 지배구조를 정조준해 회사 분할 전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한 공정거래법 개정안, 공익재단 의결권 제한 등도 삼성을 겨냥해 발의된 법안들이다.
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이 법률 제·개정의 기본 원칙인 보편성과 추상성의 원리를 어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이 특정 국민만을 대상으로 삼는 처분적 법률이어선 안 된다는 의미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 기업을 규제하기 위해 법을 제정한다는 것은 해외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일”이라며 “의원들이 ‘기업 저격수’로 나서는 것은 명백한 입법권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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