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황정우 기자=일본 도요타자동차 고위 임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수입 철강·알루미늄 고율 관세부과 방침으로 촉발된 무역전쟁이 전 세계 자동차 판매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영국 경제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6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모터쇼 개막을 앞두고 디디에 르로이 도요타자동차 부사장이 자사와 인터뷰에서 "승자는 아무도 없다. 모두가 잃을 것이다. 자동차업체들과 소비자들에게 나쁜 뉴스"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르로이 부사장은 "영향은 오직 하나, 소비자 가격을 끌어올리는 것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이미 철강 가격이 올랐지만, 자동차업체들이 상승에 따른 비용증가분을 떠안은 채 판매가격을 올리지는 않았다면서 올해는 그럴 여력이 있는 자동차업체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르로이 부사장은 "구리나 철강 가격이 오르면 업체로선 가격상승분을 흡수할 수 있는지, 아니면 판매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지 선택을 해야 한다"며 "지난해 (철강 가격이 올랐음에도) 판매가격에는 반영하지 않았다. 하지만 수익성 악화 없이 한해 더 그렇게 할 수 있는 업체는 아무 데도 없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수입산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되는 캐나다와 멕시코는 물론 유럽연합(EU)과 중국 등도 트럼프의 보호무역에 보복 대응할 것임을 강력히 시사하면서 미국발(發) 글로벌 무역전쟁이 본격화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르로이 부사장은 미국의 관세부과는 "중국, 유럽 등 다른 지역들의 대응으로 이어질 것이고, 이에 따라 세계적인 관세전쟁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요타자동차는 미국에서 판매하는 자동차의 약 70%를 미국 현지 공장들에서 생산하고 있고, 현지 생산 자동차들에 투입되는 부품도 4분의 3가량을 현지 조달하는 체제로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을 포함한 북미시장에서 수익성 악화를 기록한 도요타 입장에서는 수익성 악화가 2년 내리 계속되도록 놔둘 수는 없다고 르로이 부사장은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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