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 심화해 美증시 타격…신흥시장 통화가치도 폭락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폭탄 관세 방침으로 불거진 무역전쟁 가능성이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미 경제 뒤흔들 관세폭탄… 고래싸움에 신흥국 새우등 터질판
무역전쟁 우려는 가뜩이나 불안정한 투자 심리에 찬물을 끼얹어 최근 회복세를 찾은 미 증시를 다시 끌어내릴 가능성이 크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와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을 이번 주 공식 서명할 계획이다.

이러한 폭탄 관세 방침에 캐나다와 유럽연합(EU) 등 이해 관계국들이 보복조치를 예고하면서 무역전쟁 우려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심화하는 무역갈등은 세계증시의 주요 동력이 됐던 경기에 큰 타격을 줄 전망이다.

특히 지난달 두 차례나 폭락하며 2년래 최악의 시간을 보냈던 미 증시는 최근 회복세를 찾자마자 무역전쟁이라는 더 큰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됐다.

트럼프의 폭탄 관세가 인플레이션율을 가속할 경우 미 증시가 받는 충격은 더욱 커진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빠른 경기 확장에 따른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금리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상황에서 관세 부과에 따른 비용인플레이션까지 가세할 경우 투자 심리는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 경제 뒤흔들 관세폭탄… 고래싸움에 신흥국 새우등 터질판
최근 시장전망치를 넘어서는 상승세를 보이는 미국 소비자물가가 이러한 우려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미국의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 대비 0.5%, 전년 대비 2.1%로 오르며 전문가들의 예상을 넘는 상승률을 기록한 바 있다.

자산운용업체인 GMO의 벤 인커는 "트럼프의 폭탄 관세는 인플레이션율을 끌어올릴 것이고, 인플레이션은 거의 모든 금융 자산의 밸류에이션(평가가치)에 위협으로 작용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무역전쟁 가능성에 신흥시장도 불안에 떨고 있다.

신흥시장은 철강·알루미늄과 같은 원자재와 수출에 대한 의존도가 커 원자재시장 변화에 매우 취약한 특징을 보인다.

일례로 지난달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미국 국채수익률이 크게 상승하자 위험 자산에 대한 선호가 줄면서 신흥국들의 자산시장은 크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지난달 신흥시장 펀드로부터 45억 달러를 빼냈고, 지난 1월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던 신흥시장 주가는 7.1% 빠졌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시장지수도 올해 들어 1% 하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철강·알루미늄 관세가 부과할 경우 불확실성이 가중돼 신흥시장이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앨런 로빈슨 RBC 자산운용 자문역은 "신흥시장 최고의 시간은 끝이 가까워지고 있다"며 "무역의 불확실성이 현재 상황을 돕지 않을 것이 명백하다"라고 설명했다.

무역전쟁 우려는 신흥국의 외환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수출 의존도가 높고, 세계 경기호황에 가장 큰 수혜를 입었던 한국과 러시아, 멕시코, 남아프리카 공화국 시장이 크게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
미 경제 뒤흔들 관세폭탄… 고래싸움에 신흥국 새우등 터질판
미국의 철강 관세로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멕시코 페소화의 가치는 지난주 1.4%나 급락했다.

앞서 페소화 가치는 올해 들어 지난달 23일까지 6.1%나 상승한 바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랜드화와 러시아의 루블화 가치도 각각 3.1%, 1.1% 내렸다.

한국의 원화 가치도 올해 들어 1.2% 떨어지며 타격을 피하지 못했다.

원화 가치는 지난해 13% 넘게 급등한 바 있다.

소시에테제네랄 킷 쥐케는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 경제성장에 뭔가 나쁜 짓을 한다면 나는 멕시코 페소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랜드의 근처에도 가지 않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