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 전량을 6개월 이내에 처분하도록 함에 따라 삼성그룹의 대응이 주목된다.

공정위가 요청한 매각 대상은 삼성물산 주식 404만2천758주로, 약 5천400억원어치에 달한다.

삼성SDI는 8월 26일까지 이를 처분해야 한다.

4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아직 구체적인 매각 방안을 마련하지 않았다.

다만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피해가 없도록 하면서 적절한 해소 방안을 찾아보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공정위의 결정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새로 생긴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라는 요구다.

2015년 12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했는데 이때 삼성SDI는 제일모직 주식 500만주와 삼성물산 주식 404만주를 보유하고 있었다.

두 회사의 합병으로 인해 삼성SDI의 합병 삼성물산에 대한 지배력이 강화된 것이다.

당시 공정위는 제일모직 주식 500만주(2.6%)만 처분하도록 했고, 이에 따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삼성생명공익재단, 기관투자자 등이 각각 나눠 이를 인수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작년 12월 종전 입장을 바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따른 삼성SDI의 지배력 강화를 '순환출자 강화'가 아닌 '순환출자 형성'으로 해석했다.

문제는 삼성물산이 사실상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어 지분 매각이 그룹 지배구조에 큰 파급력을 가진다는 점이다.

삼성물산은 '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SDI→삼성물산'으로 이어지는 삼성그룹 순환출자 고리의 정점에 있으면서 이재용 부회장이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은 0.65%에 그치지만,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 4.65%를 쥐고 있고, 그런 삼성물산의 최대주주(17.23%)가 바로 이 부회장이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매각될 주식을 삼성물산이 자사주로 사들이는 방안과 이 부회장이 사재로 매입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다른 삼성 계열사가 매입할 경우 또 다른 순환출자 고리가 생겨날 수 있고, 기관투자잖아 일반 투자자에게 넘길 경우 지배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2년 전 삼성물산 주식 500만주를 매각할 때는 이 부회장이 130만5천주(0.7%), 삼성생명공익재단이 200만주(1.1%)를 사들였고, 나머지 0.9%는 일반 투자자에게 팔렸다.

하지만 공정위가 최근 대기업 공익재단이 편법승계에 동원되고 있다며 전수조사에 나서면서 공익재단을 통한 매입은 어려워졌다.

삼성물산이 최근 장부가액 5천600억원인 서초사옥 매각에 나선 것이 자사주 매입을 위한 실탄 확보 차원의 조치라는 시각도 있다.

공교롭게도 이 사옥의 장부가액은 이번에 팔 삼성물산 주식의 시가와 규모가 비슷하다.

하지만 김한이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삼성물산이 삼성SDI로부터 자기주식으로 (지분을) 취득하는 것은 현행법상 불가능하다"며 "상장사는 공개매수가 아닌 특정주주로부터 자기주식을 취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경우 총수 일가의 지배력을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현실적으로 남는 카드는 이 부회장의 직접 매입뿐이다.

김 연구원은 "여타 그룹을 둘러싼 외부환경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총수 일가나 계열사 등) 특수관계인이 일부를 취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삼성 관계자는 "미래전략실이 해체된 만큼 전자 부문 계열사들의 전략·인사를 총괄하는 '사업지원TF'와 삼상물산 쪽 전략·인사를 총괄하는 'EPC 경쟁력강화 TF'를 중심으로 해법을 모색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사업지원TF의 수장은 미전실 인사팀장 출신 정현호 사장이며 EPC 경쟁력강화 TF의 수장 역시 미전실 출신인 김명수 부사장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