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여느 날과 다름없었던 퇴근길에 이중호(남,59세)씨는 교통사고를 당했고 척수손상으로 인한 지체장애 1급의 장애인이 되었다. 그는 뜨거움도 차가움도 느낄 수 없고 아픔조차 느낄 수 없다. 머리 이외에는 움직일 수가 없어 도와주는 사람 없이는 먹지도 씻지도 용변을 보는 것도 하지 못하는 상태이다.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는 무료한 나날들을 보내던 중 이씨는 재활병원 환우의 날 행사에서 헤드마우스를 처음으로 알게 되었고 동료 장애인과의 교류 과정에서 정보통신보조기기지원사업에 대한 정보를 얻어 머리의 움직임과 호흡으로 마우스 기능을 컨트롤하는 헤드마우스를 지원받게 되었다. 독립적인 컴퓨터 접근이 가능해지면서 전자책도 보고 초등학생들에게 컴퓨터 입문과정을 가르치는 일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지원받았던 보조기기는 점점 노후화되어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되었고 보조기기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로서는 새로운 기기가 절실히 필요했지만 지원받은 경력 때문에 지원사업에서 번번이 밀려났다.

그러던 중 이씨는 ‘코스콤 맞춤형 IT보조기기 지원사업’에 신청서를 냈고 최종 지원대상자로 선정되었다. 그가 지원받은 보조기기는 머리의 움직임만으로 마우스 포인터를 컨트롤 할 수 있는 스마트나브라는 헤드마우스였다. 거추장스런 장치를 머리에 쓰지 않고 호흡스위치를 입에 물지 않아도 컴퓨터 접근이 가능한 보조기기이다.

이씨는 새로운 보조기기를 통해 동료장애인과 여러 정보들을 공유하고 장애인당구협회장을 맡아 업무에도 활발히 활용하고 있다. 또 아내의 생일 선물을 직접 고르고 아이들과의 사진을 정리하여 전자 앨범도 만드는 중이다. 그는 세상과의 소통을 가능하게 해준 지원사업 주최 측에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하였다. 이씨와 같은 장애인들이 세상과 함께 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지길 기대해본다.
[영상] 중증 장애인, IT 보조기구 통해 세상과 소통하다…스물네 번째 이야기
오일록 한경닷컴 라이브채널 PD wall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