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연은 총재 "파괴적 조치"…월가, 성장둔화·물가상승·금리인상 우려에 '벌벌'
철강·금속업체만 미소…센트리알루미늄 "1억 달러 투자할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또다시 관세 폭탄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철강업계를 제외한 미 내부에서는 이를 썩 반기지 않는 모양새다.
트럼프 관세공격에 미국서도 경제 역풍 우려… 철강업계만 반색?
경제 전문가들은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조치는 인플레이션과 동맹국 간의 무역전쟁을 야기해 미 경제에 큰 충격을 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CNBC방송 등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먼저 윌리엄 더들리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번 조치가 무역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연방준비제도(연준) 내에서도 '비둘기파'로 꼽히는 더들리 총재가 정부를 비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그는 이날 브라질 상파울루 연설에서 "무역장벽을 높이는 것은 무역전쟁을 일으키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뜻이다"라며 "이는 전 세계 경제성장 전망을 어둡게 할뿐더러 장기적으로 파괴적일 수밖에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더들리 총재는 관세와 쿼터와 같은 무역제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믿고 있는 것처럼 미국 내 일자리를 보호하지 못할 것이라며 이는 상대국의 보복과 높은 생산비용, 경쟁력 저하와 같은 장기비용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세계화 비용을 해결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지만 보호주의는 교착상태로 끝을 맺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철강·알루미늄 관세로 촉발된 무역전쟁이 증시를 비롯한 미 경제 전반에 충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월가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관세가 생산비용을 끌어올려 인플레이션을 부추길 경우 연준의 금리 인상이 예상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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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전쟁 우려가 투매세를 자극하면서 이날 뉴욕증시의 주요지수는 일제히 하락세로 마감했다.

특히 이번 관세로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미 자동차업체들의 주가는 급락세를 면치 못했다.

미국 대표 자동차업체인 제너럴모터스(GM)의 주가는 4%나 폭락했고, 포드와 피아트크라이슬러도 각각 3%, 2.8% 떨어졌다.

영국 투자은행인 바클레이스는 이번 관세 조치가 미국의 올해 성장률을 최대 0.2% 포인트 갉아먹고, 인플레이션율을 0.1% 포인트 끌어올릴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내놨다.

또 세제개혁과 트럼프노믹스의 부양책으로 상승 동력을 얻었던 증시가 이번 조치로 다시 주저앉을 수 있다며 다른 국가들이 맞대응에 나설 경우 경제가 받는 충격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워드 매카시 제프리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관세는 성장 둔화와 인플레이션 가속화라는 불길한 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

이는 절대 좋은 징조가 아니다"라며 "경제로서는 최악의 시기에 이번 일이 벌어졌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세계 최대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가 무역전쟁 발발에 대비해 지난해 고객들에게 배포한 투자 전략서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고 CNBC는 전했다.
트럼프 관세공격에 미국서도 경제 역풍 우려… 철강업계만 반색?
골드만삭스의 수석전략가인 피터 오펜하이머는 트럼프 행정부가 보호무역주의에 본격적으로 나설 경우 무역전쟁이 시작되고, 증시가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내다보며 이러한 전략서를 펴냈다.

오펜하이머는 보호주의가 가속할 경우 투자자들이 직면할 가장 큰 위험은 전 세계 성장 둔화와 기업 실적 악화라며 이를 대비해 국내매출 비중이 큰 기업들에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대표 종목으로 CSX, CVS헬스, 달러 제너럴, 버라이즌 등을 추천했다.

하지만 폭탄 관세로 직접적 혜택을 받는 미국 철강업체들은 반색하고 있다.

알루미늄업체인 센트리알루미늄은 이날 미국 켄터키 공장에 1억 달러를 추가 투자하고, 300명을 새로 고용할 방침을 밝혔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