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 52시간 시범운영'…"中企에 부담될 수도"

재계는 27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데 대해 원칙적으로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다만 생산 차질이나 인건비 증가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는 만큼 법 시행 전 세심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경영자총협회는 "이번 환노위 합의는 오랜 기간 대법원 판결과 입법의 지연에 따른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산업 현장의 연착륙에 대한 고민이 반영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논평했다.

경총은 그러나 공휴일 유급화와 특례업종의 축소(26종→5종)는 문제가 우려된다며 보완 입법을 촉구했다.

경총은 "유급 주휴일도 전 세계적으로 관례가 드문데 공휴일까지 법정 유급휴일로 하는 것은 영세기업의 부담을 가중할 것"이라며 "특례업종 축소 조정은 국민, 즉 소비자 관점에서 '공중의 편의'를 감안한 보완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근로시간 단축의 연착륙을 위해 탄력적 근로시간제 등 유연근무제를 활성화하고 산업안전과 특별한 비상상황에 연장근로 예외허용 조항을 신설하는 등 보완 입법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 추광호 일자리전략실장은 "환노위의 근로시간 단축 법안 의결이 고질적인 장시간 근로 관행을 개선하고, 효율적인 근로문화를 정착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추 실장은 다만 "근로시간 단축과 특례업종 축소로 인한 기업의 생산 차질과 인건비 증가, 관공서 공휴일에 관한 규정 전면도입에 따른 영세기업의 부담 가중 등의 부작용이 최소화될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아울러 근로시간 단축을 우리나라 노동시장에 연착륙시키기 위해 탄력적 근로시간제 등을 선진국 수준으로 조정하는 방안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재계에서는 이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자율적으로 52시간 근무제를 시행 중이다.

삼성전자는 작년 10월부터 주 52시간 근무를 위한 예행연습에 나선 데 이어 올해 1월부터는 근태 시스템을 개편하고 본격적인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사무실 출입 때 자동으로 계산된 근무시간을 직원 개개인이 확인하고 주 52시간을 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임원이나 팀장들도 이를 준수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을 앞두고 적극적으로 시범운영을 하고 있다"며 "법의 본격 시행을 앞두고 차질없이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도 지난달 하순부터 주 52시간 근무 시범운영과 유연근무제 확대 등에 나섰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는 임직원의 근무시간을 점검하고 주당 52시간이 넘을 경우 이를 알려 해당 부서장과 임직원들이 해결 방안을 모색하도록 하고 있다.

부서나 생산 현장마다 업무 특성이 다르다 보니 부서별로 자율적으로 해법을 찾도록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현대·기아자동차 생산직은 작년부터 주간 연속 2교대(8+8시간) 근무제를 운영해 왔다.

특근을 하더라도 토요일에만 하도록 돼 있어 최장 근로시간은 '평일 40시간+토요일 8시간' 등 48시간으로 52시간을 넘지 않는다.

이처럼 대기업의 경우 주 52시간이 도입되더라도 그 충격을 흡수할 여력이 있는 반면 중소기업들에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4대 기업 관계자는 "대기업은 이미 선제로 근로시간을 단축한 곳이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법 시행 전까지 조정할 여력이 있기 때문에 크게 문제는 안 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기업과 연결된 2, 3차 중소 협력사의 경우 타격이 클 수 있는 만큼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대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게 재계의 지적이다.

대기업 관계자는 "중소 협력사들은 근로시간 단축에 맞추려고 직원을 더 뽑고 싶어도 인상된 최저임금이 부담스러워 그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 협력사가 생산·공급 차질을 겪는다면 당연히 대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고, 결국 산업 전반에서 볼 때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대기업 관계자도 "불가피하게 일을 더 시키면 그에 따른 보상을 주라는 것이 법 개정의 취지이므로 기업의 재정 부담은 더 늘어날 것"이라며 "다만 대기업은 이를 감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문제는 지금까지 주먹구구식으로 근로시간조차 제대로 관리하지 않던 중소·영세 업체"이라며 "이들은 법 적용까지 아직 시간이 있지만, 시행에 들어가면 최저임금과 마찬가지로 취지와 달리 일자리가 줄거나 폐업하는 업체가 나오는 등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