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인공지능(AI) 로봇을 내놓고, 빅데이터를 분석해 서비스로 개발하는 회사.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고 외부에서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회사. 정보기술(IT)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처럼 보이는 이 회사는 롯데쇼핑이다. 1970년 창립한 롯데쇼핑이 젊어지고 있다. 이런 변화를 만든 것은 위기의식이다. 조직이 젊어지지 않으면 급변하는 유통환경에 적응할 수 없다는 것에 전사적 공감대가 형성됐다. 롯데쇼핑은 이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혁신 목표를 세웠다. 방향은 ‘빠르고, 똑똑하게’다. 동시에 유통업의 본질적 경쟁력, 상품 경쟁력 강화도 목표로 세웠다.

IT 스타트업처럼… 혁신으로 미래 준비

롯데쇼핑 경영진은 유통업체도 기술력이 없으면 생존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기술 혁신의 목표는 소비자가 더 편하고 재밌게 쇼핑을 즐길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획기적 소비자 경험, 이를 경쟁력의 한 축으로 규정했다.

롯데백화점은 디지털 유통업체가 되는 것을 목표로 작년 1월 AI팀을 신설하고 팀원을 사내 공모로 뽑았다. 이과 출신뿐 아니라 마케팅 기획 등 경력이 다양한 직원 8명이 모였다. 이들은 AI 채팅봇 ‘로사(LO.S.A)’를 개발하는 데 투입됐다. 롯데쇼핑이 축적한 데이터베이스를 로봇이 학습할 수 있는 정보로 바꾸는 작업을 했다. 지난달 정식 출시한 이 채팅봇은 엘롯데 스마트폰 앱을 설치하면 이용할 수 있다. 온라인몰 엘롯데와 롯데백화점 오프라인 매장에서 모두 운영한다. 온·오프라인에서 모두 활용할 수 있는 챗봇 서비스를 개발한 회사는 유통업계에서 롯데가 처음이다.

신기술은 매장을 바꾸는 데도 활용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카트나 바구니 없이 단말기를 이용해 제품의 바코드를 찍고 계산할 수 있는 ‘스마트 쇼퍼’, 대형 터치스크린을 통해 쇼핑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스마트 테이블’, 온도 조절이 가능해 신선식품을 보관할 수 있는 식품 보관함 ‘스마트 라커’를 선보였다. 이 밖에 로봇 쇼핑 도우미 ‘엘봇’과 가상으로 다양한 종류의 옷을 입어볼 수 있는 ‘3D 가상 피팅 서비스’, 소비자의 발 사이즈를 2초 안에 측정하고 분석해 발 모양과 상태에 적합한 신발을 추천하거나 발에 맞는 수제화를 제작해주는 ‘3D 발사이즈 측정기’도 운영하고 있다.

모바일 오피스로 언제 어디서나 업무 척척

근무환경도 달라졌다. 롯데마트 직원들은 지난달부터 모바일 오피스로 근무하고 있다. 인트라넷을 모바일 앱으로 개발해 밖에서도 회사 메일 등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롯데마트 김종인 대표는 “현장에 있어야 문제를 파악하고 의사결정 속도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한 근무환경을 만든 것이다. 기존 사무실에 있던 책상을 30%가량 없앴다. 지정 좌석도 없다. 사무실에 들어오는 직원들은 그때 그때 원하는 자리에 앉는다. 회사 관계자는 “대형마트 상품기획자(MD)는 산지에 많이 찾아가고 협력사도 많이 만난다”며 “현장을 잘 모르면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리기 쉬워 불필요한 출근과 회의 등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롯데백화점도 올해 매출 집계, 정산 등 단순작업 업무를 자동화할 예정이다. 직원들이 핵심 업무에 집중하게 하기 위해서다.

온라인 매출 비중 30%로 확대

온라인몰, 슈퍼마켓, 헬스&뷰티스토어 사업에도 과감하게 투자한다. 계열사마다 따로 운영하는 온라인몰도 올해부터 시너지 효과를 내는 작업을 시작한다. 롯데쇼핑은 이를 위해 롯데백화점이 운영하는 엘롯데와 롯데가 운영하는 다른 온라인몰의 사무조직을 통합했다.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온라인몰 플랫폼을 구축하면 오프라인 매장과 연계해 운영할 방침이다. 현재 10%인 온라인 매출 비중을 30%까지 늘릴 계획이다.

유통 규제로 침체됐던 슈퍼마켓 사업은 다시 기지개를 편다. 소득 상위 30%를 위한 프리미엄 슈퍼마켓인 ‘롯데 프리미엄 푸드마켓’이 그 사례다. 롯데 프리미엄 푸드마켓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최상위 프리미엄 상품과 백화점 등 고급 식품매장에서 구입할 수 있던 고급 상품을 갖췄다. 롯데슈퍼는 상권별 맞춤형 매장도 연다.

롭스(LOHB’s)를 통해 헬스&뷰티스토어 시장도 적극 공략한다. 공격적으로 출점하고 상품 구색과 서비스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전 세계 돌며 가장 질 좋은 제품 조달

롯데마트는 작년 ‘우리는 인류에게 세계 최상의 토마토를 만들어서 가장 신선하게 제공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미션을 발표했다. 토마토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과채다. 1만 종 이상 품종이 있지만 계속 새로운 품종이 개발된다. 이런 토마토 중에서도 최고 상품을 가장 신선하게 판매할 정도로 역량을 키워 소비자에게 품질 좋은 상품을 내놓겠다는 의지를 미션에 녹여냈다.

좋은 상품을 싸게 파는 유통업의 원칙은 변하지 않는다는 게 롯데쇼핑의 설명이다. 백화점, 대형마트, 슈퍼마켓 등 업태를 막론하고 롯데쇼핑 MD들은 가장 질 좋은 상품을 조달하기 위해 전 세계를 뛰고 있다. 롯데마트가 작년 말 출시한 ‘띠리에’ 디저트는 프랑스에서 발굴한 상품이다. 새로운 상품을 직접 개발하기도 한다. 롯데슈퍼가 식품사고로 먹거리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자 생산자의 얼굴을 포장에 담은 ‘얼굴 시리즈’ 상품을 개발한 것이 대표적이다. 1~2인 가구를 겨냥한 소포장 상품인 ‘한끼 시리즈’, 당일 새벽에 수확한 지역 상품을 인근 매장에서 당일 판매하는 ‘새벽 야채’ 등 소비자 수요에 꼭 맞는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작년이 신기술 개발, 디지털화 등 기초체력을 키운 해였다면 올해는 이를 기반으로 본격적으로 시장 지배력을 넓히는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