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의 향기] "손님과의 대화도 식사의 과정… 셰프도 책 읽어야죠"
한국의 일식 장인과 일본의 일식 장인이 만났다. 임피리얼팰리스 일식당 ‘만요’의 정재천 셰프(오른쪽)와 무라카미 다다시 셰프다. 두 사람의 요리 경력을 합치면 74년. 이들은 만요에서 공동 주방장으로 식당을 책임지고 있다. 정 셰프는 데판야키, 무라카미 셰프는 스시 전문 장인이다.

일식당은 다른 레스토랑과 다른 점이 있다. 식사 시간 동안 셰프와 방문객이 교감한다. 일본에서는 셰프가 손님에게 건네는 말 한마디와 서비스도 모두 식사에 포함된 즐거움이라고 여긴다. 무라카미 셰프는 “손님 앞에서는 ‘나쁘다’ ‘죽다’ 등 안 좋은 말을 해선 안 되는 이유”라며 “긍정적인 표현만 쓰고, 상대방이 말할 때 경청하는 게 셰프의 매너”라고 말했다. 정 셰프도 “대화로 손님을 즐겁게 하기 위해 셰프는 책을 읽어야 한다”며 “평소 역사책, 교양서 등을 두루 읽는다”고 강조했다.

긴 요리 경력만큼 거쳐간 방문객도 많다. 정 셰프는 “1990년대 당시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은 만날 사람이 많아 조찬만 하루에 3~4번씩 했다”며 “그래서 조찬 양을 조금씩만 드렸더니 단골이 됐다”고 했다. 그는 “김영삼 전 대통령은 삼국지 얘기를 나누길 좋아했다”며 “다른 정치인들은 권위의식이 있어 룸에 들어가 식사하는 일이 많았지만 김 전 대통령은 소탈한 분이어서 다찌(카운터)에 바로 앉아 ‘여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등의 질문을 했다”고 회상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그의 단골이었다. 정 셰프는 “김 전 대통령은 날 것을 안 좋아해 회를 안 드셨다”며 “가끔 수행원이 와서 복요리를 포장해갔다”고 했다.

국내 최고의 일식을 선보이는 게 이들 셰프의 목표다. 무라카미 셰프는 “정직한 요리를 보여주고 싶다”며 “내 이름을 건 메뉴로 정정당당하게 승부하겠다”고 말했다. 정 셰프는 “계란 하나를 삶아도 기본에 충실하게 요리한다”며 “결국 기본으로 돌아가는 게 가장 훌륭한 요리법”이라고 했다.

일본식 만능 간장을 활용한 소바
일본식 만능 간장을 활용한 소바
메밀국수·튀김용 간장… 본식 만능 간장 레시피

정재천 셰프와 무라카미 다다시 셰프는 “일본에도 만능 간장이 있다”고 소개했다. 메밀국수, 튀김용 간장, 덮밥소스 등 일식에 두루 활용할 수 있는 간장 레시피다.

<재료>

미림 100 cc

간장 100 cc

가다랑어포 가루 적당량

<만들기>

*튀김용 소스

- 미림(1) : 간장(1) : 가다랑어포 가루(6)

미림과 간장, 가다랑어포 가루를 1 대 1 대 6 비율로 넣고 끓인 뒤 식힌다.

*우동 소스

- 미림(1) : 간장(1) : 가다랑어포 가루(16)

미림과 간장, 가다랑어포 가루를 1 대 1 대 16 비율로 넣고 끓인 후 우동 면과 함께 삶아내면 된다.

*메밀국수, 소바 소스

- 미림(1) : 간장(1) : 가다랑어포 가루(9)

메밀 면을 삶아 찬물에 헹군 뒤 미림과 간장, 가다랑어포 가루를 1 대 1 대 9 비율로 넣고 끓인 뒤 식혀 메밀 면을 찍어 먹으면 된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