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철수 시 천문학적 비용 필요
-유럽과 호주 시장 철수에 수십억달러 투입
-디자인센터는 존속 가능성 높아


GM이 한국 시장 전면 철수까지 시사하고 나섰다. 회사측은 신차 생산 배정 등 투자계획과 함께 우리 정부의 강력한 지원을 촉구했다. 업계에서는 GM이 한국시장 철수 시 천문학적인 비용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GM, "한국 내 사업 기조는 냉정한 손익 계산"

다수의 외신에 따르면 12일(미국 현지시간) 댄 암만 GM 사장은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와 관련 한국 내 다른 사업장의 폐쇄 가능성에 대해 "부평과 창원공장 등 한국 내 사업부의 미래는 한국 정부 및 노조와 협의를 바탕으로 수 주 내에 결정할 것"이라며 "시간이 부족하며 이해관계자 모두 급박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암만 사장은 "(GM의 한국 내 잔류 여부는) 한국 정부의 자금 또는 다른 형태의 인센티브 지원, 한국 내 노조의 (비용 절감을 위한 구조조정 등의 행위)에 대한 동의에 달려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한국에서 생존 가능한 비용 확보에 성공한다면 한국 내 신차 배정 등 투자 기회를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GM은 군산공장 폐쇄 이후 한국 시장 철수를 놓고 손익계산이 한창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GM이 지난 2009년 '챕터11'에 따라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해 되살아 났기 때문이다. '챕터11'은 국내 법정 관리와 유사한 미국 제도로, 법원의 감독하에 기업의 채무상환을 일시적으로 연기하고 구조조정을 통해 우량 기업으로 사실상 재탄생하는 절차다. GM은 '챕터11'를 통해 미국 최대 자동차 회사로 회생하는 데 성공했다. 여기엔 미국 내 생산 증가와 글로벌 사업 규모 축소 등의 활동이 수반됐다.

GM은 최근 수년동안 글로벌 사업 규모를 축소하는 데 수십억 달러를 지출했다. 그러면서 첨단 기술 벤처에 투자를 늘릴 필요가 있다며 사내 유보금을 확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덩치는 줄이되 내실을 키우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다. 해외 생산거점 등의 폐쇄와 함께 리프트 등 유망 카셰어링 기업에 투자하는 등의 활동을 병행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GM은 유럽에서 오펠과 복스홀을 PSA에 매각했다. 호주에서는 생산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그러면서 유럽 사업체를 매각하는 데 소송 비용으로 62억달러 이상을 소비했다. 2015년 러시아 시장 철수에는 4,400만 달러 이상의 자금이 투입됐다. 2013년부터 GM이 호주와 한국,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글로벌 사업장의 구조조정에 지출한 비용은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만 11억 달러에 달한다. 군산을 비롯해 부평과 창원 등 네 개의 생산 시설을 갖춘 한국에서 GM이 철수를 결정할 경우 천문학적인 비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근거다.

업계 관계자들은 한국 내 GM 디자인센터에 주목하고 있다. 2002년 설립된 한국GM 디자인센터는 GM 글로벌 디자인센터 6곳 중 두 번째로 크다. 쉐보레 친환경차의 선봉에 선 순수 전기차 볼트 EV 디자인을 맡았을 정도로 그룹 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추적인 개발 거점이 있는 한국에서 전면 철수는 GM으로서도 결정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반면 디자인센터와 철수는 별개 문제라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GM은 유럽에서 오펠과 복스홀을 PSA에 매각하면서 투린(Turin)에 위치한 기술 센터는 존속시켰다. 호주에 위치한 디자인 스튜디오와 기술 센터도 운영 중이다.

한편, GM의 한국 시장 철수 카드가 그룹 전체의 절박한 문제라기보다 냉정한 손익계산 결과에 따른 '액션'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GM이 지난해 4분기 49억달러의 손실을 보고했지만 이는 미국의 세제개혁안에 따른 현상"이라며 "오히려 같은 기간 회사는 기록적인 영업이익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4분기 GM은 이자 및 세제 전 조정이익으로 39억9,000만 달러를 보고했다. 전년 대비 19% 증가한 수치다.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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