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삭제돼 '생색'에 그칠 수도…"대다수 국민은 무관한 일"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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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과징금 부과 대상으로 판명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과거 차명계좌에 대한 실태조사에 나선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13일 금융위원회, 국세청, 금융감독원 등이 참여한 관계기관 합동 태스크포스(TF) 첫 회의에서 이같이 밝혔다.

최 위원장은 "실명제 실시 이전 개설된 계좌로 자금 실소유자가 밝혀진 차명계좌에 대해 관계기관과 협조해 실태조사를 하겠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특정인을 지목한 게 아니라 금융실명법에 대한 법제처의 유권해석이 내려짐에 따라 전반적으로 살펴본다는 입장이다.

최 위원장이 이 회장 실명을 언급하지 않고 '실소유자'로 표현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실명제는 1993년 8월 12일 실시됐다.

그 전에 개설됐다가 실명전환 의무기간(2개월)에 차명으로 실명확인·전환하고 나서 1997년 12월 31일 금융실명법 시행 이후 실제 주인이 밝혀진 차명계좌는 과징금을 걷어야 한다는 게 법제처의 유권해석이다.

이 같은 사례에 해당하는 이 회장의 차명계좌는 27개로 모두 증권계좌다.

이들 계좌에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금융위가 법령해석을 의뢰하자 법제처는 전날 이같이 금융위에 회신했다.

최 위원장이 '실태조사'를 언급했지만, 이 회장의 차명계좌에 당시 있었던 자금과 거래내역을 밝혀내고 여기에 과징금을 부과하는 단계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이 회장의 27개 계좌에는 2007년 12월 말 기준으로 965억원이 있던 것으로 특별검사 수사 때 금감원이 밝혀냈지만, 과징금 부과 기준일인 1993년 8월 12일 당시의 잔액은 거래원장이 삭제돼 알 수 없는 상태다.

결국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과 금융행정혁신위원회의 과징금 부과 주장에 '생색'을 내려고 실태조사를 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없지 않다.

최 위원장은 "이번 해석은 기본적으로 실명제 실시 이전에 개설된 차명계좌에 대한 실명전환 및 과징금 징수에 관련된 사항"이라며 "정상적인 금융거래를 하고 계신 대다수 국민 여러분께서는 안심하셔도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법제처 법령해석과 관련해 금융회사의 업무처리 시 실무 운영상의 의문점이 발생할 경우 관계기관 공동 TF를 통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