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차원 공식 입장 없어…이재용 "좋은 모습 못 보여 죄송"
"조기 정상화 물꼬"…'유죄 반박' 상고 방침


삼성그룹은 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 선고를 받으면서 석방되자 일단 "다행"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뇌물 혐의가 유죄로 판결 난 데 대해서는 유감을 표시하면서도 1심에서 인정됐던 핵심 혐의 대부분이 인정되지 않자 "진실이 통했다"면서 일단 풀려나게 됐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하는 분위기다.

복수의 임원은 이날 선고 직후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일단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상당부분 진실이 규명된 셈"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그룹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사실상 '그룹 맏형' 역할을 맡은 삼성전자는 회사 차원에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 부회장이 직접 육성으로 입장을 밝힐 가능성에 대비한 것으로 여겨졌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서울구치소를 나오면서 취재진을 만나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해 다시 한 번 죄송하다"면서 "지난 1년간 나를 돌아보는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다.

앞으로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직접 소회를 밝혔다.

삼성은 이 부회장이 풀려날 경우 행선지에 대해서도 미리 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과거 검찰 조사를 받았을 때는 먼저 회사에 들러 임원들과 잠시 회의를 한 뒤 귀가했으나 이번에는 구치소 앞에서 "지금 이건희 회장을 뵈러 가야 한다"고 말한 뒤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의료원으로 향했다.

석방에 대비해 법원 인근에 대기하던 삼성전자 임직원들은 모두 철수했으며, 이 부회장은 별도 수행원 없이 삼성의료원에 갔다고 그룹 관계자가 전했다.

그룹 계열사 임직원들은 이 부회장이 거의 1년만에 영어의 몸에서 풀려난 데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며 '환호성'을 터뜨렸으나 일각의 부정적인 여론을 감안한 듯 '표정 관리'를 하는 기류도 읽힌다.

그룹 계열사 관계자는 "특검이 무리한 짜맞추기식 수사를 했다는 것이 오늘 판결에서 확인됐다"면서 "총수 부재로 인한 경영 공백을 조기에 정상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낮은 자세로 글로벌 기업의 책무를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의 변호인단은 선고 직후 "중요한 공소사실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의 용기와 현명함에 진심으로 경의를 표한다"며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유죄로 인정되는 부분은 상고심을 통해 다투겠다며 상고 방침을 분명히 했다.
삼성 "일단 풀려나 다행…상당부분 진실 규명"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