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병호의 파워독서] '실용적, 구체적 경제정책'이 미국 번영 이끌었다
“성공적으로 경제를 운용하는 나라에서 경제정책은 이념적이지 않고 실용적이었으며, 추상적이지 않고 구체적이었다.”

이 한 문장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읽을 만하다. 스티븐 S 코언과 J 브래드퍼드 들롱이 공저한 《현실의 경제학》은 경제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경험과 나이가 된 사람만이 쓸 수 있는 책이다. 코언은 UC버클리 명예교수이고, 들롱은 클린턴 행정부의 요직을 거친 UC버클리 경제학과 교수다.

이 책은 미국 경제로부터 배우는 지혜와 교훈이다. 해밀턴의 자립경제 설계, 링컨에서 루스벨트까지의 도약과 위기, 아이젠하워의 경제강국 자기혁신, 동아시아의 충격과 몰락의 시작 등 다섯 장으로 구성돼 있다.

미국의 번영은 시대 변화에 발맞춰서 새로운 성장 방향으로 옮긴 정책에 의해 뒷받침됐다. 저자들은 두 가지를 지적한다. 정책은 실용적이고 구체적이었으며, 실행 전에 그 결과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이를 두고 저자들은 “흡사 누군가 ‘우리는 이러이러한 것들을 획득할 겁니다’라고 말해 주기라도 한 것처럼 사람들은 정책의 결과물을 미리 내다볼 수 있었다”고 말한다.

시장과 정책의 조화에 대한 저자들의 시각도 새롭다. “민간기업의 어마어마한 혁신과 에너지도 있었지만 마법을 부리는 그 보이지 않는 손의 팔꿈치를 들어올려 장애물을 제거하고, 가는 길을 닦아주고, 필요하다면 수단도 제공해 줬다.”

미국이 경제대국으로 부상하는 데는 알렉산더 해밀턴, 아이젠하워, 루스벨트, 링컨, 레이건처럼 미국 경제의 재편을 위해 정부의 힘을 의도적으로 사용했던 힘이 큰 역할을 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자신의 시대에 정부가 마땅히 감당해야 할 과제를 정확히 인식하고, 정확한 정책 도입으로 문제 해결을 시도했다는 점이다. 미국 대통령들이 경제정책에 관한 한 이념적 속박으로부터 자유로웠던 점도 미국 경제의 융성에 일익을 담당했다. 예를 들어 공화당 출신인 레이건은 미국에서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노골적인 수입 쿼터제를 통해 선별적인 보호무역을 시행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저자는 “당파적 속박이나 이념적 속박을 벗어나 미국 경제 발전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활용했다”고 평가한다.

미국 경제 발전사 전체를 살펴본 나이든 학자의 조언은 올바른 경제정책이 한 국가의 성장에 결정적이라는 것이다. “한 나라가 번영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경제정책을 선택하고, 올바른 경제정책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정치경제를 제대로 가꿔 놓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미국에서 이런 부분이 무너지기 시작한 시점을 저자는 1980년대에 접어들면서부터라고 말한다. 정치적으로 가능한 것과 경제적으로 실용적인 것의 접점을 찾으라는 저자의 조언은 지금의 우리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늘 한국 사회에서 출현하는 경제정책들이 이상과 야심, 이데올로기와 설익은 이론에 경도되는 것 같아서 걱정스럽다. 작은 분량이지만 우리에게 주는 역사적 교훈과 지혜가 풍부한 책이다.

공병호 <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