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은 심리적 마지노선 1천50원선 위협"

달러·엔 등 주요 통화에 대한 원화 강세가 이어져 제조업 등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반도체 독주에 따른 '경기 호황 착시'에만 안주하다가는 외환위기나 금융위기가 재발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은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29일 주최한 '원화강세의 파장과 대응방향' 긴급좌담회에서 "2017년 반도체 수출 호조와 세계 경제 회복으로 수출 증가율이 크게 올랐지만, 전반적 경기 불황을 보지 못하고 반도체 착시에 안주한다면 과거 1997년 외환위기 때와 유사한 처지에 놓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전반적 경기 불황의 근거로 반도체 수출 호조에도 불구, 제조업평균가동률이 최저 수준인 71%까지 떨어진 사실 등을 들었다.

오 회장은 "2014년 중반 이후 상승하던 원·달러 환율이 2017년 1월 1천208.5원을 고점으로 지속적으로 하락했다"며 "특히 작년 10월 이후 급락해 시장의 심리적 마지노선인 1천50원선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전했다.

엔·달러 환율 하락이 제한적인 가운데 원·달러 환율만 큰 폭으로 내리면서 원·엔 환율도 2012년 이후 계속 하락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경기 호황은 '반도체 착시'…방심하면 경제위기 재발"
"경기 호황은 '반도체 착시'…방심하면 경제위기 재발"
좌담회에서는 원화 강세의 원인으로 ▲ 불황형 경상수지 흑자와 지속적 자본유입 ▲ 미국 재무부 환율보고서상 관찰대상국 지정에 따른 정부의 외환정책 추진 한계 ▲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아메리카 퍼스트' 통상환율 정책에 따른 달러 가치 하락 ▲ 한·미·일간 통화정책 차이 등이 꼽혔다.

'불황형 경상수지 흑자'는 수출이 잘된다기보다 저(低)성장·투자로 수입이 줄거나 증가율이 둔화해 나타나는 경상수지 흑자를 말한다.

오 회장은 "2012~2015년 미국과 일본은 양적완화(QE) 통화정책을 추진했지만, 한국은 단순 금리인하 정책에 머물렀다"며 "지금도 일본은 아베노믹스에 따라 금리를 제로(0) 수준으로 유지, 엔화약세가 이어지는 반면 한국은 금리 인상으로 원·엔 환율 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좌담회 참석자들은 한국의 대응 전략으로 ▲ 규제개혁을 통한 투자 활성화(불황형 경상흑자 폭 축소) ▲ 대미(對美) 신뢰 회복으로 환율·통화 정책 운신 폭 확대 ▲ 적극적 외화 유동성 확보로 경제위기 대비 등을 조언했다.

과도한 금리 인상이 경기 침체를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인상 결정에 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날 좌담회에는 서울대 김소영 교수, 연세대 김정식 교수, 경기대 채희율 교수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경기 호황은 '반도체 착시'…방심하면 경제위기 재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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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