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분법적 선택 아냐…전기차 단거리·수소차 장거리용 활용"
"수소전기차 가격 하이브리드 수준까지 낮출 것"

"전기차와 수소연료전지전기차(FCEV·이하 수소전기차)를 이분법적 선택의 문제로 보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양웅철 현대차그룹 부회장(연구개발본부장)은 8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 베이 호텔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전기차와 수소차의 경쟁 판도' 관련 질문을 받고 이렇게 답했다.

그는 이날 오후 현대·기아차의 'CES 2018' 공식 프레스 콘퍼런스 발표자로 단상에 오르기에 앞서, 소규모로 기자들과 만나 질의·응답(Q&A)을 진행했다.

양 부회장은 "전기차는 레인지(주행거리)에 한계가 있어 1주일에 200㎞ 범위에서 움직이는 단거리용으로, 수소차는 장거리용으로서 무겁고 큰 차를 위주로 프로모션(판매촉진 활동)하면 서로 공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수소차의 가격 경쟁력에 대해서는 "예전보다 40~50% 가격이 내려갔고, 앞으로 물량이 더 많아지면 규모의 경제 효과로 가격이 더 내려갈 것"이라며 "물량만 늘어나면 보조금 지급 없이 하이브리드 수준까지 (가격 인하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술 측면에서도 현대차의 수소전기차가 도요타의 수소전기차 '미라이'보다 플랫폼 구성이나 주행거리, 효율 등에서 우위에 있다고 그는 주장했다.

양 부회장은 자율주행 부문에서도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기술 수준과 관련, "제한적 조건에서 '레벨3'(미국자동차공학회 기준) 정도 기술은 갖췄다"며 "하이웨이 드라이브 어시스트(고속도로 운전 보조) 같은 경우 다른 경쟁사 못지않은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레벨3는 '부분 자율주행' 단계로, 위험 상황에서만 운전자가 개입할 필요가 있는 자율주행 수준이다.

같은 맥락에서 양 부회장은 아우디의 '레벨3' 양산화 소식에 대해서도 "아우디의 레벨3는 제한적 조건 아래 가능한 것으로 안다"며 "관련 기술은 현대차도 이미 확보했다"고 덧붙였다.

자율주행 관련 기술 패권을 다투는 모빌아이(인텔 소유)와 엔비디아(NVIDIA) 양대 진영 가운데 어느 쪽과 손잡을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도 양 부회장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모빌아이의 방법론은 ADAS(지능형주행보조시스템)와 관련된 레벨2 이상 자율주행 수준에서 좋다고 하고, 엔비디아는 그래픽·영상을 다양하게 활용해 자신의 방법론이 4단계 이상 자율주행에 해당한다고 얘기한다"며 "하지만 우리는 양쪽으로 다 가기 때문에, 다 같이 협력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날 간담회에 함께 참석한 이기상 현대차그룹 전무(환경기술센터장)는 머지않은 미래에 수소전기차의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낙관했다.

이 전무는 "현재 현대차, 도요타, 혼다 세 곳이 수소전기차를 생산하지만 2020년 이후로는 7~8개 회사가 수소전기차를 내놓을 것"이라며 "자율주행 등이 접목되면 수소전기차 시대가 더 빨리 도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중국이 최근 수소차진흥법, 세계수소차협회를 만드는 등 수소전기차에 큰 관심을 보이는 점도 수소전기차 상용화에 긍정적 요소로 거론됐다.

다만 부족한 충전 인프라와 비싼 가격은 수소전기차 상용화의 걸림돌로 지적됐다.

이 전무는 "(수소전기차 충전 인프라) 로드맵을 갖고 정부와 협의 중"이라며 "차세대 수소전기차 가격은 지금 판매 중인 투싼 수소전기차 보다는 낮은 가격으로 책정될 예정이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을 고려하면 일반 고객들이 기존 스포츠유틸리티(SUV) 가격과 큰 차이 없이 구매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양웅철 현대차 부회장 "전기차·수소차 공존할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