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 7개월여 만에 활동 시작한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구조조정, 실업·지역경제 대책 함께 고려해야
최저임금 지원, 정부가 계속 돈 대 주는 건 안돼
보유세는 상위층 중심으로 올릴 수밖에 없어
경쟁력 잃으면 일자리 사라져… 투쟁이 능사 아냐
문재인 대통령, 다른 생각 들으려는 의지 있어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이 서울 광화문 KT빌딩 집무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이 서울 광화문 KT빌딩 집무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대통령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가 지난달 27일 첫 회의를 하며 문재인 정부 출범 후 7개월여 만에 활동을 시작했다. 국민경제자문회의는 문재인 대통령이 “경제정책의 균형을 잡아달라”며 보수 성향 경제학자인 김광두 서강대 경제학부 석좌교수를 부의장(의장은 대통령)에 앉혀 주목받은 곳이다. 대통령에게 경제정책을 조언하는 헌법상 최고 자문기구다. 김 부의장은 ‘균형을 잘 잡고 있다고 보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제 막 첫 회의를 했기 때문에 아직 평가하기 이르다”면서도 “문 대통령은 (다른 생각을) 들으려는 의지가 있다”고 했다. 서울 광화문 KT빌딩 집무실에서 김 부의장을 인터뷰했다.

▷첫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무슨 얘기가 나왔나.

“문 대통령에게 ‘사람 중심 경제’ 패러다임과 자문회의 운영 방향을 보고했다. 이번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선 과거 정부에 없던 경제정책회의를 신설했다. 필요할 경우 의장의 소집으로 부의장과 기획재정부·고용노동부 장관, 대통령 비서실장·정책실장·경제보좌관, 자문위원 2인, 관계부처 장관이 참여하는 회의다. 정부가 사람 중심 경제라는 문 대통령의 국정 기조에 적합하게 경제정책을 운용하는지 모니터링하고 그 기조에서 벗어난다고 판단하면 바로잡는 역할을 한다. 이번 국민경제자문회의의 ‘키 포인트’다.”

▷‘사람 중심 경제’는 뭔가.

“우리 헌법은 사람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하고 인간답게 살 권리를 보장한다. 이 정신에 따라 삶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사람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동시에 공정하고 유연한 경제 질서를 만들자는 게 사람 중심 경제 패러다임이다. 이 패러다임에선 사람의 경쟁력이 곧 기업 경쟁력이다. 사람에 대한 투자는 변화에 지속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사람의 직무능력과 전문성, 창의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혁신의 전 과정에서도 사람의 능력이 성공의 핵심 조건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가 사람에 대한 투자인가.

“교육 보육 재교육 재훈련 건강 의료 안전 환경 문화 예술 등에 대한 투자가 모두 사람에 대한 투자다. 이런 분야에 대한 투자는 수익성을 바탕으로 한 시장 메커니즘에만 의존하기 어렵기 때문에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 공무원 증원도 이런 분야는 필요하다. ‘제천 화재’ 때 (최초 출동 인원 중 실제 불을 끌 수 있는) 소방관이 네 명 밖에 없었다고 하지 않나. 단, 일반 행정직이 많이 늘어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왜 지금 사람 중심 경제가 중요한가.

“우리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양극화와 불공정에 대한 문제의식이 커졌다. 성장률 같은 거시지표보다 소득과 일자리를 늘리는 게 더 중요해졌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같은(소득주도 성장)정책도 그런 취지라고 본다. 또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국가 간 경제 전쟁에서 한국의 생존을 가능하게 하는 전략자원은 사람이다. 사람에 대한 투자가 이런 문제의 해법이 될 수 있다.”

▷소득주도 성장 정책은 기업에 부담이 될 수도 있지 않나.

“그런 측면이 있다. 올해 문제점을 보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일자리가 줄고 가계소득이 나빠질 수도 있다. 동시에 사람에 대한 투자를 병행해야 한다. 사람에 대한 투자는 그 자체가 투자 지출이고 내수 증대다. 최고의 경기 부양책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집권한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도 특별법을 만들어 교육이나 보건 투자를 많이 했다. 국가 전체의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으로 내수 부양을 했다.”

▷원래 국민경제자문회의 첫 주제로 ‘구조조정’을 다루려 하지 않았나.

“아이디어는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기재부로 넘어갔다. 기재부가 구조조정을 하는 과정에서 많이 참고할 거다.”

▷문 대통령이 얼마 전 대우조선을 방문한 뒤 ‘조선업 구조조정은 물 건너갔다’는 말이 나온다.

“그동안 구조조정은 금융논리로 봤다. 하지만 어느 나라든 대형 프로젝트를 구조조정할 땐 사회적 비용을 고려한다. 그걸 고려한다는 게 구조조정을 안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지역경제 침체와 실업에 대한 대응책을 함께 마련한다는 것이다. 국가 전략산업도 단순히 경제 논리만으로 구조조정하기는 어렵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나 일본 조선업의 경험을 볼 필요가 있다.”

▷그걸 다 고려하면 결국 구조조정이 어려운 것 아닌가.

“우리는 민주주의 의사결정 구조 안에 살고 있다. 실업과 지역경제 충격을 완화하는 방안이 함께 나와야 노동자들이 구조조정을 받아들이고 지역 정치인들도 수긍한다. 그런 조치 없이 금융논리로만 구조조정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재정·금융당국은 물론 고용부, 보건복지부, 지방자치단체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올해 16.4%)으로 고용이 감소할 것이란 우려가 많다.

“그동안 연구 결과는 대부분 고용에 부정적이라는 것이다. 다만 이번에는 과거와 달리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분 일부를 보전해주기 때문에 영세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이걸 어떻게 보느냐가 중요하다. 올봄이면 결과가 나오지 않겠나.”

▷최저임금을 재정으로 계속 보전해줄 수 있겠나.

“정부가 계속 돈을 대줄 수는 없다. 최저임금이 올라간 만큼 노동생산성이 개선되는 게 최선인데 단순 업무는 임금을 올려도 생산성이 올라가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정부가 부동산 보유세 인상을 검토하겠다고 한다.

“길게 봐서 보유세를 안 올릴 수 없을 것이다. 재정수요가 늘어나는데 어디선가 파이낸싱(자금조달)을 해줘야 한다. 어떻게 올릴지가 관건인데 주로 상위층을 대상으로 보유세를 올릴 수밖에 없다고 본다. 국가 공동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여유 있는 사람들이 양보할 수밖에 없지 않나.”

▷정부가 올해 가장 신경 써야 할 건 뭔가.

“소득과 일자리다. 그중에서도 일자리가 중요하다. 한국은행의 목표가 물가 안정인데 한국은행법을 개정해 미국 중앙은행(Fed)처럼 고용 안정도 넣어야 한다고 본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경제 여건이 나쁘다. 금리가 올라가고 원화가치가 지난해보다 훨씬 강세다. 우리 수출에 상당한 타격이다. 세계 경제성장률도 작년만 못할 거다.”

▷한은이나 국제통화기금(IMF)은 지금이 ‘구조개혁 적기’라고 한다.

“지금 구조개혁을 안 하면 장기적으로는 체질이 더 나빠진다. 몸이 아프면 고쳐야지 안 고치면 쓰러진다.”

▷구조개혁이 잘 안되고 있다.

“한국 경제의 생존은 혁신에 달렸고 혁신이 지속되려면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유연한 경제 체질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러려면 경쟁력 있는 부문으로 자원을 옮기는 산업 구조조정과 규제완화, 4대부문(노동·공공·교육·금융부문) 개혁이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 지지기반이 노동계인데 노동개혁이 될까.

“문재인 정부는 노동문제에 관해 내부적으로 정해놓은 원칙이 있다고 본다. 언젠가 노동개혁 의지를 보일 것이다. 지금은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 노사정위원회에 민주노총이 안 들어오고 있지 않나. 소통을 통해 모두 윈윈하는 방법을 얘기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이 있을까.

“기술과 산업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경쟁력이 없어지면 일자리가 사라진다. 투쟁만 하면 뭐 하나. 경쟁력 없는 부문에서 경쟁력 있는 쪽으로 가려면 노동자에 대한 재교육과 재훈련이 필요하다. 1998년 미국 자동차산업이 망가졌을 때 디트로이트에서 금속노조를 만난 적이 있다. ‘우리가 투쟁해봐야 일본 도요타 좋은 일만 시킨다’고 하더라. 그러면서 회사와 노조가 반반씩 기금을 조성해 직원 전직에 필요한 재교육과 재훈련을 한다고 했다. 우리도 이런 걸 도입하면 좋을 것 같다. 정부도 이런 부분에 세제 혜택을 줄 수 있지 않을까."

■ 김광두 부의장은
진보 정부에서 '경제정책 균형' 조언… 소신파 보수 경제학자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진보정부 속 보수 경제학자’다.

2007년 한나라당(자유한국당 전신) 대선후보 경선 때 박근혜 캠프에서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 질서는 바로 세우자)’ 공약을 설계했다. 2010년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싱크탱크 격인 국가미래연구원을 세웠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출범 후에는 ‘증세 없는 복지’ 기조에 반대하는 등 소신 행보를 이어갔다.

지난해 3월 “경제정책의 균형을 잡아달라”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부탁을 받고 ‘문재인 대선캠프’에 합류했고 5월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에 임명됐다. 문 대통령은 김 부의장을 임명하는 기자회견에서 그의 손을 잡고 “저와 다른 시각에서 경제를 바라보던 분이지만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가 손잡아야 한다”고 했다.

△1947년 전남 나주
△광주일고, 서강대 경제학과 졸업
△미국 하와이주립대 경제학 박사
△서강대 교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한국국제경제학회장
△서강대 부총장
△국가미래연구원장
△현 서강대 경제학부 석좌교수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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