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BIZ School] 기숙사형 객실·의류 임대… 세계 호텔업계 '창조적 파괴'
에어비앤비(Airbnb)가 세계 호텔업계를 창조적 파괴로 뒤흔들고 있다. 놀란 호텔업계는 새로운 돌파구로 숙박과 거주를 융합하는 개념을 확대하고 있다. 고급형과 저가형 두 갈래로 전개하고 있다.

고가형을 보자. 최근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거주와 숙박을 융합한 고급 할리우드프라퍼레지던스는 집처럼 가구가 완비된 방도 있고 그렇지 않은 방도 있다. 고객이 원하는 대로 단기 혹은 장기로 사용할 수 있다. 호텔 경험과 입주자 간 소통을 중시하고, 장기 투숙고객에게는 집처럼 느끼게 한다. 저가형으로 전개하는 호텔 중에는 파드셰어가 있다. 멤버십 공동거주 커뮤니티 개념이다. 방은 기숙사 스타일로 20명 정도가 2단 침대에서 숙박하고, 하룻밤에 50달러다. 회원들은 낮은 가격, 탄력적 공간 이용, 소통을 즐기기 위해 자신의 프라이버시를 기꺼이 교환한다. 고객의 87%는 솔로 여행객이며, 침대 하나만 확보하면 모든 것을 공유할 수 있다. 객실(침대) 판매율은 90%로 수입도 양호하다. 이 호텔은 상업적으로 죽은 공간을 저렴하게 장기 임차해 리모델링 후 운영한다.

밀레니얼 세대는 인구 비중과 구매력이 증가하면서 여행의 주된 고객이 되고 있다. 특히 결혼이 늦어지고 1인 가구가 늘면서 홀로여행이 증가하고 있다. 이들은 가볍게 여행하면서 다른 사람과 어울려 숙박 및 거주를 하는 공동거주 여행과 공공거주 커뮤니티를 즐긴다. 여행업계는 이들이 좋아하는 지역, 다양한 시설, 싼 가격 등을 경쟁적으로 제안하고 있다. 주 고객은 근무시간이 탄력적인 프리랜서 밀레니얼 세대다. 여기에 은퇴한 베이비붐 세대나 싱글맘, 싱글파파도 늘고 있다.

에어비앤비는 소규모 타운을 재생할 목적으로 거주 커뮤니티 센터인 사마라를 세계에 세우고 있다. 메리어트도 소규모 객실과 교류 공간을 강조한 목시를 운영하고 있고, 트루바이힐튼도 로비 라운지를 젊은 고객들이 일하고 먹고 노는 공간으로 조성했다. 유럽의 악셀호텔은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를 대상으로 앞으로 3년간 호텔 10개를 열 계획이다. 프랑스 호텔 체인 아코르호텔스가 젊은 세대를 붙잡기 위해 론칭한 조앤조는 여러 개 호텔을 네트워크로 묶는 개념으로 앞으로 3년간 50개를 내놓을 예정이다.

에어비앤비 대응 호텔도 변신 중

호텔 객실에서 의류를 임대하거나 판매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여행객은 귀찮은 짐 가방을 던져버리고, 객실에 준비된 옷장이나 옷가방에서 의류를 빌리거나 구매할 수 있다. 스타우드웨스틴은 운동복과 신발을 5달러에 대여하고, 뉴욕 호텔들도 운동화, 수영복을 빌려주고 있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인 언팩은 에어비앤비 또는 일반호텔 고객을 위해 가방 속에 고급 의류까지 담아 렌털 및 판매를 한다. 캔들우드수트는 객실에서 사용할 수 있는 요리기구, 믹서기 등을 렌털하고 있다. 드림다운타운호텔은 스타일리스트를 두고 객실 옷장에서 고객을 모시고 있다. 패션 스토어인 핌키는 패션의류 미니 바를 유럽 여러 호텔 객실에 설치해 옷을 팔고 있다. 버진호텔시카고는 고객이 갭(Gap) 의류를 주문하면 객실까지 배달해준다. 의류업계는 호텔 객실을 새로운 유통채널로 보고 있다. 세계에 있는 옷가게는 380만 개지만, 호텔 객실은 2850만 개가 있다.

사람들이 도시에서 휴가를 즐기는 현상이 늘어나면서 목적지형 도시 리조트도 확대되고 있다. 특히 여행의 트렌드를 선도하는 밀레니얼 세대는 도시만이 갖고 있는 벅적거림, 활력, 편의성과 이벤트를 즐긴다. 유럽의 파리 암스테르담 로마, 미국의 뉴욕 내슈빌 시애틀 오스틴 같은 도시들은 이미 인기 있는 도시여행 목적지로 자리 잡았다. 도시에는 어메니티가 많아 도시 호텔은 스스로 만드는 수고를 덜 수가 있고, 단순한 안내자 역할만 잘해도 된다.

밀레니얼 세대의 도시취향 공략

호텔산업에서 독자 브랜드를 사용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 대부분 호텔은 유명 호텔 브랜드를 가맹 형태로 사용한다. 고객 유치와 대출이 쉽다. 그러나 로열티와 이미지 유지비용 지출도 많다. 온라인 예약 익스피디아나 부킹닷컴 같은 플랫폼에 지급하는 커미션도 적지 않다. 그래서 독립성을 강조하는 솔로 호텔이 늘고 있다. 입지와 목표 고객이 확실하다면 독자 브랜드 사용이 유리하다. 더구나 현지의 문화 역사 어메니티를 반영하면 방에만 의존하는 호텔보다 차별성이 좋아진다. 밀레니얼 세대는 브랜드보다 경험을 중시한다.

유럽에서는 소규모 모험여행이 붐이다. 바쁜 유럽인은 시간소비형 모험 대신 야외에서 별을 보면서 야영하거나 하이킹, 사이클, 수영, 카약 같은 작은 모험을 즐긴다. 최소한의 장비로 다양한 맛과 멋을 느낄 수 있다. 이지젯 같은 회사들은 3~4일 일정의 소규모 모험여행을 제안하고 있다. 호텔업계도 현지의 여행 자원을 활용해 비즈니스 고객에게 비레저(비즈니스+레저)를 제안한 뒤 추가적인 숙박을 유도하고 있다.

인구가 줄어 고민인 우리 지방도시도 공동거주 여행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거주하지 않더라도 한 달 정도 머물다 갈 수 있는 스토리를 만들면 좋다. 서울은 최근 몇 년 동안 호텔과 게스트하우스가 수요보다 많이 공급돼 영업이 부진하다. 하지만 도심에서 일하는 젊은 직장인의 거주 공간은 절대 부족하다. 이를 공유경제의 일환인 숙박공유 거주공유로 풀어보면 어떨까.

최민성 < 델코리얼티그룹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