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조선 업황 부진에 수조 원의 적자를 내고 2016년 이후 11조 원 규모의 자구안을 추진하던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가 다시 고비를 맞고 있다.

올해 수주가 지난해보다 다소 늘었지만, 작년에 수주가 너무 저조했다는 게 문제다.

설계 등을 거쳐 조업 가능한 일감을 확보하는 시점이 수주 후 1~2년은 지나야 하는 만큼 내년에 최악의 일감 부족, 자금난이 겹치는 '보릿고개'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미 삼성중공업의 경우 이런 내년 상황을 대비해 1조5천억원의 유상증자까지 준비하고 있다.

◇ 삼성중공업 "구조조정·비용감축 목표 달성 실패…내년 5월까지 증자"

삼성중공업은 6일 올해와 내년에 걸쳐 7천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이 예상된다며, 1조5천억원 규모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중공업의 현재 수주 잔량은 10월말 기준 206억달러, 72척 규모다.

선박 인도일은 모두 다르지만, 이 정도 잔량은 고작 1년~1년반 정도의 일감만 남아있다는 뜻이다.

올해 삼성중공업은 11월까지 모두 67억달러의 수주실적을 거뒀다.

이는 지난해 5억달러의 15배 이상이지만, 문제는 작년 수주실적 자체가 목표(53억달러)의 10%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적었기 때문에 그 여파가 조선 건조 일정상 내년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내년 수주 물량은 올해보다 더 나아진다고 해도, 당장 조선소를 돌리고 인력을 투입할 일감이 내년에 거의 바닥을 드러낼 수 있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은행 등 금융기관은 조선사들에 대한 여신을 더 줄일 것이 자명하고, 이런 어려움에 앞서 미리 증자를 추진하겠다는 게 삼성중공업의 판단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올해 말 기준 예상 가용자금은 1조3천억원에 이르고, 2018년에도 자금 수지는 9천억원(순 현금유입) 흑자를 기록할 전망"이라며 "이처럼 당장 돈이 급한 상황은 아니지만, 내년 만기 도래하는 차입금을 상환하고, 실적 악화에 따른 금융권의 추가 여신 축소 등에 선제 대응하려면 유상증자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삼성중공업은 내년 5월까지 유상증자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번 유상증자 결정에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과 비교해 부진한 구조조정 실적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삼성중공업 스스로도 이날 '인력 효율화 등 구조조정·비용감축 목표달성 실패에 따른 고정비 부담과 매출원가 증가'를 적자와 유사증자의 주요 배경으로 지목했다.
조선 3사, 내년 '보릿고개' 오나… 삼성중공업, 증자로 미리 '수혈'
◇ 현대중·대우조선 일감도 1년분 안팎…"구조조정 순조로워…내년 버틸 것"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 역시 내년 일감 부족을 걱정하기는 마찬가지 상황이지만, 일단 증자 등 없이 내년을 버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삼성중공업보다 훨씬 더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2015~2016년 발표한 자구계획안을 계획대로 실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3사(현대중공업·현대삼호중공업·현대미포조선)는 10월말 기준 240척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자체 분석으로 건조 능력(연간 60여척 건조)을 고려할 때 약 1년 남짓의 일감이다.

하지만 현금흐름 상황은 나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자구계획안 3조5척억원은 이미 초과 달성한 상태이고, 하이투자증권 매각까지 완료되면 4천500억원이 더 들어온다"며 "매달 운영자금 2조원이 들어오기 때문에 충분히 여유 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나쁘지 않은 현금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에 신규 수주도 조금씩 추가되고 있고, 현재 부채비율이 역대 최저 수준인 86%까지 낮아졌기 때문에 시장이 악화해도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는 체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우조선도 자구안 이행으로 내년 말까지 버틸 수 있다는 입장이다.

대우조선 자체 분석으로는 대략 1년 반 정도 일감에 해당한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자금 상황에 대해 "내년 말까지 괜찮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대우조선은 올해 말까지의 자구계획 목표(2조7천700억원) 가운데 지금까지 약 2조4천800억원을 달성, 약 90%의 이행률을 기록하고 있다.

대우조선의 2020년까지 전체 자구계획 목표는 구조조정 등으로 5조9천억원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동안 대우조선은 서울사무소와 당산사옥을 약 1천700억원, 352억원에 매각하고 자회사 디섹, 웰리브, 대우조선해양건설 등도 팔았다.

희망퇴직, 정년퇴직, 자연 퇴사자 등을 포함해 인원도 3천300명이나 줄였고 사무직 1개월 순환 무급휴직, 생산직 포함 전직원 10~15% 임금 반납 등도 실행하고 있다.

/연합뉴스